[집사람]당신 집 몇채? 집값폭등이 낳은 '분노방정식'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19.12.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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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보유현황 따라 만남도 '희비'… 무주택자 대출 막은 12·16, 총선 후가 더 걱정

편집자주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복부인을 꿈꾸나 역량 부족이라 다음 생으로 미룹니다. 이번 생은 집을 안주 삼아 '집수다'(집에 대한 수다)로 대신합니다. 짬 나는대로 짠 내 나는 '집사람'(집에 얽힌 사람) 얘기를 풀어봅니다.

[집사람]당신 집 몇채? 집값폭등이 낳은 '분노방정식'


"10억원은 돼야 집 있다고 할 수 있는거 아냐?"
"서울 하늘 아래 어디든 나 누울 곳만 있음 좋겠다."


이래서 다 큰 어른들도 싸움이 나는가 봅니다. 주택시장이 워낙 뜨거우니 동창들을 만나도 술자리에서 집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누구는 마지막 사다리를 올라타 '영끌'(영혼까지 끌어올려)로 강남에 입성했고, 또 다른 누구는 시세가 떨어지기만 기다리다 거주하던 전셋집을 살 시기를 놓쳤다 했습니다.



무주택과 유주택, 다시 유주택자 그룹 내에서도 보유숫자에 따라 입장이 미묘하게 갈린 가운데 어느 지점에선가 싸한 기운이 돕니다.

센스있는 익명의 누군가가 정리했습니다. 보유주택 숫자에 따른 이른바 '관계분노 방정식'입니다. 씁쓸하지만 짚어봅니다.



1) 지금은 무주택자이나 한 때 유주택자였던 A와 순수 무주택자 B의 만남. 같은 무주택자지만 유주택 경험이 없는 B는 묘한 위로를 받게 됩니다. 반면, A는 B와 같은 급이 아니라며 '가르치려' 드는 성향이 있다고 하네요.

2) 1주택자 C와 한 때 유주택자였던 A. 무주택의 길로 안내하는 A에 심약한 C는 솔깃할 수 있다네요. 그럼 유주택자였던 A와 또다른 유주택자였던 A-1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시장 폭락을 논하는 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3) 이번엔 다주택자 D와 유투택자였던 A입니다. 한마디로 '큰 전쟁'입니다. 다시 무주택자 B와 1주택자 C의 조합입니다. 작은 전투가 예상됩니다.


[집사람]당신 집 몇채? 집값폭등이 낳은 '분노방정식'
4) 무주택자 B와 또다른 무주택자 B-1의 만남을 가정해봅시다. 신세한탄으로 시작해 분노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1주택자 C와 또 다른 1주택자 C-1입니다. 서로 집 자랑하기 바쁘다네요.

5) 1주택자 C, 다주택자 D를 만났네요. 형님으로 모시고 정보를 캐려 듭니다. 하지만 친분에 따라 알짜정보는 빼고 알려주기 십상이죠.

6) 무주택자 B, 다주택자 D를 만났습니다. B는 D를 집값을 선동한 투기꾼(나쁜놈)으로, D는 B를 현실을 모르는 백면서생(멍청한놈)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7) 끝으로 다주택자D와 또 다른 다주택자 D의 만남입니다. 투자 얘기로 시작해 투자 얘기로 끝이 난다네요.

공감하시나요?

[집사람]당신 집 몇채? 집값폭등이 낳은 '분노방정식'
지난 16일 정부가 18번째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내놨습니다. 규제의 강도도 강도지만 규제의 대상이 전면 뒤집혔습니다. 그동안 다주택자를 '투기세력'으로 간주했다면 이번엔 정책적 보호 대상이었던 무주택자의 대출까지 틀어막았습니다.

올해 들어 집값을 올린 주범이 다주택자가 아니라 무주택 실수요자(혹은 부유한 부모 대신 매수계약서에 이름을 올린 무늬만 무주택子)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책 발표 하루 만에 위헌소원이 제기됐습니다. 금융위는 과거 9.13 대책에서도 대출을 금지(LTV 0%)한 사례가 있어서 위헌이 아니란 입장입니다만, 그 땐 다주택자 대상이었고 이번엔 15억 초과 아파트라면 무주택자도 100% 현금없이는 집을 못사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 법적으로는 6개월 이내에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의 중장기 효과엔 갸웃하면서도 일단 몇개월 간 눈치 보기와 관망세가 유지될 것으로 봅니다.

정부로서는 헌재결정과 무관하게 내년 총선(4월 15일)까지 일단 시간을 번 셈입니다. 하지만 이제 내 집 마련을 위해 무주택자까지 총선 결과에 베팅해야 할 판입니다. 주택 분노 방정식의 함수만 더 복잡해지는 게 아닐지 우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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