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에 선보인 가장 돋보이는 상품은 단연 리츠(REITs, 부동산투자신탁)다. 소액으로 오피스·상업빌딩 지분을 보유하고 안정적으로 5% 안팎의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리츠, NH프라임리츠가 일반 청약에서 각각 63대 1, 31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서 리츠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리츠의 상장은 자산보유 기업의 결단 뿐 아니라 이를 실제 상품으로 구성한 주관사, 그리고 당국의 규제 합리화 노력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법률 자문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해 롯데리츠, NH프라임리츠의 상장 과정에서 다수의 최초 실무기록을 남긴 공로로 '제20회(2019년 회계연도) 대한민국 IB(투자은행) 대상' 최우수 법률자문상을 받았다.
강현(사법연수원 22기)·홍승일(38기) 변호사는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은 부동산 자산을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해서 자금을 조달하고 일반 투자자들은 안정적 분배금(배당) 수익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통로가 리츠다. 부동산 투기 등과 전혀 방향이 다르다"며 "기업의 자금조달과 투자자의 안정적 수익 창출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보람있게 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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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NH프라임리츠 통해 다수의 최초 실무기록━
롯데리츠의 경우 롯데지주가 자산관리 자회사 롯데AMC를 설립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금융지주가 아닌 일반지주가 부동산 자산관리 회사를 만든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일반 기업이 아닌 특수목적회사 격인 리츠가 담보부 공모사채를 발행한 것도, 리츠가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주식공모를 진행한 것도, 아울러 리츠가 일반기업으로부터 점포 형태의 현물을 출자받은 것도 이번이 전부 최초였다.
이 중 어느 하나만 삐끗해도 롯데그룹이 염두에 뒀던 유동화는 차질이 빚어질 수 있었다. 이를테면 리츠에 대한 롯데쇼핑의 점포 현물출자가 법인세 이연 혜택을 받는 '적격 현물출자'로 인정되지 않았다면 리츠 결성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었다. 실제 법인세법, 상법, 부동산투자회사법 등 다양한 법령들 사이에서 일부 충돌하는 부분들이 있었다. 담보부 공모사채 발행이 안됐었다면 분배금 수익률은 현재(공모가 5000원 기준 6.3~6.6%)보다 훨씬 낮았을테고 투자자들의 관심도 훨씬 적을 수 있었다. 이같은 복잡한 법적 연결고리를 모두 해소한 것이 강·홍 변호사의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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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프라임리츠, 최초의 재간접형 공모리츠 상장 성과━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그리고 한국거래소 등 범부처·기관이 리츠 활성화를 위해 '실물 이외 형태의 자산도 편입할 수 있는 리츠'도 설립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NH프라임리츠가 조성될 당시에는 당국도 거래소도 해당 규정을 실제 적용한 경험이 없었다. 실무 선례가 없었던 것이다. 일부 규정이 준비되지 않은 문제도 있었다.
이에 태평양은 당시 규정에 맞도록 재간접형 리츠의 구조를 새로 설계해 거래소 심사는 물론이고 당국 인가까지 받는 데 아무 문제가 없도록 했다. 강 변호사는 "부처·기관간 협의의 매개 역할을 사실상 태평양이 담당해 규정상 일부 모순처럼 보이는 부분을 극복할 수 있었다"며 "당국의 실무선례를 우리가 선도해 만들어드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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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보유 다수 대기업군, 리츠 통한 유동화에 관심"━
강·홍 변호사는 "부동산 자산을 단순히 팔고 재임차 하는 세일즈앤드리스(Sales & Lease) 방식이 아니라 리츠로 조달한 자금을 통해 보유 부동산을 재개발하고 그 수익을 일반 투자자와 함께 나누는 개발형 리츠가 민간 차원에서 활성화될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NH프라임리츠의 성공적 상장을 계기로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취득한 오피스 등이 머지 않아 국내에 재간접형 리츠를 통해 유동화하려는 시도들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의 부동산 금융 규제강화는 투기수요 억제를 위해 마련된 것으로 오히려 리츠를 통한 유동화 수요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범부처 차원에서도 리츠 공모상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등 규제 합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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