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벵가지' 악몽…親이란 시위대, 美대사관 이틀째 습격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 2020.01.02 04:11

시아파 민병대·지지자, 美대사관 포위하고 돌·화염병 투척…2012년 벵가지서 리비아 대사 등 미국인 4명 사망

시위대가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외벽에 불을 지르고 있다./ 사진=뉴스1(로이터)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그 지지세력이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을 이틀째 습격했다. 미국 대사 등 4명이 사망한 2012년 '벵가지 사건'이 재현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친이란 세력, 美대사관 포위 시위 장기화 예고



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의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하시드 알사비'의 조직원과 지지자 수백명은 이날 오전부터 미 대사관 앞에 모여 내부 진입을 시도하고 대사관 시설에 돌과 화염병 등을 던졌다. 보안 카메라와 창문 등 기물을 파괴하고 대사관 외벽에 반미 구호를 적기도 했다.

이들은 미군이 하시드 알사비 산하 시아파 민병대 '카티이브 헤즈볼라'(KH)의 거점을 공습한 데 반발, 전날에도 미 대사관을 공격한 바 있다. 시위대 일부는 전날 해산하지 않고 대사관 앞에 천막 약 50개를 치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시위대는 이동실 화장실과 임시 병원, 기도소 등을 설치해 장기 농성을 예고하고 있다.

미 대사관 경비를 담당하는 미 해병대는 1일 오후 시위대 규모가 커지고 안내실 지붕에 불이 붙자 최루탄을 발사했다. 통신은 해병대의 최루탄 발사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이라크 군인과 연방 경찰, 대테러 병력이 미국 대사관 외벽을 지키며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이라크 군경과 시위대간 마찰은 없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미국 대사관은 검문소가 설치돼 외부인의 접근이 어려운 이른바 '그린존' 내부에 있지만, 이라크 군경은 전날 시위대가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민병대원의 장례식을 끝낸 뒤 그린존으로 행진하는 동안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1일 시위에도 뚜렷히 개입하지 않았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알자지라는 검문소에서 일반인 통행은 엄격히 제한된 상태이지만 하시드 알사비 조직원들과 지지자들은 통과시켜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이 이라크 준군사조직을 공격한 것은 주권 침해행위라고 항의한 바 있다.

하시드 알사비는 오후 성명을 통해 "당신의 메시지가 접수됐다"며 시위대에 철수를 촉구했다. 이에 일부 시위대는 천막을 철거했지만 나머지는 철수를 거부하며 장기 농성을 예고하고 있다. KH 대변인은 통신에 "농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벵가지서 리비아 대사 등 미국인 4명 사망


한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이라크 주재 대사관이 공격을 받자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750명을 중동에 즉각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들 병력의 주둔 장소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라크와 인접한 쿠웨이트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신속하게 추가 파병을 결정한 것은 '벵가지 사건'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벵가지 사건이란 2012년 9월12일 이슬람 무장세력이 무슬림 모독을 이유로 리비아 북동부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을 공격,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당시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미국인 4명이 숨진 일을 말한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 참사로 기록됐다.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대선에서 이 사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의 혹독한 비판을 받아야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의 미 대사관 급습을 놓고 배후로 의심되는 이란을 강력 규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이란은 미국의 도급 업자를 살해했다. 많은 이들이 다쳤다. 우리는 강력히 대응했고 항상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지금 이란은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에 대한 공격을 꾸미고 있다. 그들은 전적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가로 우리는 이라크가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의 군을 사용하길 기대하고 있고 그렇게 알렸다"고 덧붙였다.

지난 29일 미군은 KH의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 군사시설 5곳을 공습했다. 미국이 그동안 KH를 '이란의 대리군'이라고 칭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이란을 겨냥한 공격으로 해석된다. 미군이 KH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H 측은 미군의 이번 공습으로 24명이 숨지고 50명 넘게 다쳤다고 밝혔다.

미군의 공격은 지난 27일 발생한 이라크 키르쿠크 군기지 로켓포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당시 로켓포 30발이 발사돼 미국 민간인 1명이 숨지고, 미군 4명이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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