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마약 청정국' 지위가 위태롭다. 지난해 세관에서 걸린 마약만 263건, 8.24㎏이다. 재벌가, 정치인 자녀가 마약을 밀반입하다 체포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누군가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마약이 끊임 없이 '밀입국'을 시도한다. 밀수꾼이 숨긴 마약을 사람이 잡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인간보다 1만배 이상 후각이 뛰어난 '댕댕이'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윤영삼 관세국경관리연수원 탐지견훈련센터 교관(48)은 전국 세관에 배치돼 활약할 탐지견들을 가르친다. 인천 운북동 훈련센터를 찾아 윤 교관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그의 하루는 탐지견으로 시작해 탐지견으로 끝난다. 갓 태어난 후보견들의 성장을 위해 고영양식을 배급한다. 7~8개월을 넘겨 신체 성장이 얼추 끝나면 기초훈련을 진행한다. 윤 교관은 "탐지견들이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기초체력과 인내력, 담대성, 높은 공간에 대한 적응력을 길러준다"고 했다.
생후 1년까지 기초 소양을 습득한 후보견들은 한 차례 시험을 거친다. 여기서 합격한 견공들은 마지막 정규 마약탐지훈련을 받는다. 코카인, 대마초, 헤로인, 해시시, 아편, 필로폰 등 주요 마약류에 대한 인지능력을 심어준다. 각 마약의 냄새를 기억시킨 뒤 이를 찾아내면 천으로 만든 인형을 '보상'으로 주는 일종의 '놀이'를 가르친다. 윤 교관은 "탐지견을 마약에 중독시켜 이용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후보견들은 16주 동안 다양한 환경에서 마약을 찾아내는 훈련을 받은 뒤 또 다시 최종 테스트에 합격해야 전국 공항·항만 세관에서 활동할 자격을 갖춘다. 이 때문에 탐지견은 통상 생후 1년4개월이 지나서야 현장에 배치된다.
현장에서 탐지견은 담당 전문관(핸들러)과 활동기간 내내 짝꿍으로 근무한다. 핸들러가 인사발령이 나면 탐지견도 함께 간다. 윤 교관은 "핸들러가 바뀌면 탐지견들도 당황하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소요돼 마약탐지나 적발의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했다. 그 역시 2012년부터 래브라도 리트리버 '민주'와 6년간 함께 한 뒤 2017년 교관발령을 받으며 민주를 데리고 센터에 들어왔다.
윤 교관은 대학에서 축산관련학을 공부하고 1999년 센터에 입사했다. 센터에는 군에서 군견병으로 일하거나 축산관련 학과를 졸업한 훈련교관 13명이 근무하고 있다. 윤 교관은 김포 세관에서 핸들러 업무를 시작한 뒤 20여년 동안 줄곧 탐지견 업무를 맡았다.
"2014년 9월쯤 민주와 인천에서 근무할 때 국제우편물 앞에서 갑자기 '앉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온 물건인데 눈으로 볼 때는 의심가는 부분이 없었죠. 정밀검사 결과 가루 형태로 위장한 MDMA(엑스터시)를 숨겼더군요. 흔한 알약 형태가 아니라 사람 눈으로만 조사했다면 못 찾았을 겁니다."
윤 교관에 따르면 비닐, 캔 형태 등으로 제 아무리 밀봉한 마약도 '개코'를 피해갈 수 없다. 마약을 담는 과정에서 미세하게나마 마약 냄새가 포장에 묻을 수밖에 없고, 이는 아무리 세척해도 지워지지 않아 탐지견에게 걸린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1987년부터 시작된 마약탐지견의 활동은 이제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도 알려졌다. 윤 교관은 "과거에는 탐지견을 무서워하거나, 공항에 개가 들어온다며 지팡이로 때리는 분들도 있었다"며 "요즘은 여행객 대부분이 탐지견을 친근하게 대해준다"고 말했다.
2살까지 교육을 받고 8~9살쯤 은퇴하는 탐지견들은 훈련센터에서 여생을 보내거나 관세청 공고를 통해 일반 가정에 분양된다. 훈련과 현장 근무를 통해 규율이 몸에 배고, 일반 견종보다 인내력과 끈기가 뛰어난 탐지견들은 가정 생활에도 곧바로 적응한다는 게 윤 교관의 설명이다. 그는 "탐지견들이 그동안 우리 사회에 크게 공헌한만큼 은퇴 이후 좋은 입양자를 만나 행복한 여생을 보내도록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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