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회장 장남 마약 잡아낸 관세청, 밀수단속 예산은 ↓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9.09.0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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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등 전국서 40마리 마약탐지견 운용...수사비 감액 와중에도 꿋꿋이 수사에 전념

지난 6월 26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마약탐지견이 마약류 밀수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지난 6월 26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마약탐지견이 마약류 밀수 여부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29)의 마약 밀수를 잡아낸 것은 관세청 산하 인천본부세관이다. 관세청은 국경을 오가는 모든 물품을 들여다보며 탈세 뿐만 아니라 이선호씨의 마약이나 폭발물처럼 한국 사회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요소들을 차단하는 1차 관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수사에 활용할 예산은 매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다 내년에는 오히려 깎일 위기에 놓여있다. 최근 급증하는 마약 밀수를 봉쇄하기 위한 예산 뒷받침이 절실한 시점이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인천지검은 지난 1일 인천본부세관으로부터 이선호씨가 항공편을 통해 변종마약을 국내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사건을 송치 받아 이씨를 입건했다.



이씨는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 수십여개를 수하물에 숨겨 반입하려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카트리지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에 주입해 흡입하는 방식이다. 최근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 및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들이 투약한 것도 같은 종류로 알려졌다. 이씨는 검찰이 진행한 소변검사에서도 대마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청은 인천지검에 송치한 사건이기에 상세한 설명은 꺼리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발전하는 수사기법과 축적되는 밀수 적발 노하우 덕분에 공항 등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은 감소하는 추세다.



관세청이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여행자 휴대품으로 적발된 마약은 최근 3년간 74건에서 61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화물 및 우편물을 통해 밀수를 시도한 사례는 304→594건으로 늘었다.

마약류 밀반입 단속 현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는 것은 '견공'들이다. 마약탐지견은 사람에 비해 후각능력이 수백~수만배에 달해 은밀한 곳에 숨겨진 마약류 등을 적발하는 데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호주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마약탐지견을 쓰고 있다.

국내 세관에서 현장에 투입한 마약탐지견은 총 40마리로 이 중 18마리가 '한국의 길목' 인천에 집중돼 있다. 별도로 폭발물탐지견 2마리가 있으며, 탐지견 훈련센터에는 예비견 등 63마리가 대기하고 있다. 탐지견들은 여행자 휴대품 및 신변 등을 탐지한다. 또 국제우편물, 특송화물, 수출입화물, 선박, 항공기 등도 탐지한다.


마약탐지견과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적발에는 성역이 없다. 국내 10대그룹인 CJ 장남 이선호씨 역시 이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밀수 단속을 위한 예산은 2017년부터 매년 54억원 수준을 유지하다 내년에는 오히려 53억원으로 깎인다. 전체 마약류 밀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할 수사비가 줄어든 셈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사비용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매년 나오지만 예산을 늘리는 게 쉽지만은 않다"며 "주어진 예산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사해 마약류 밀반입 등을 철저하게 단속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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