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모바일 컨퍼런스'에서는 최재홍 강릉원주대 과학기술대학 교수와 김성용 남의집 대표, 장서정 자란다 대표가 만나 ‘창업아이템 시작은 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먼저 두 대표의 서비스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맞춰졌다. 스스로를 '문지기'라고 소개한 김 대표는 지난 2016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집들이를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남의 집 프로젝트’ 구상을 시작했다. 이는 이듬해 ‘남의 집 거실’이라는 공간에서 낯선 이들이 호스트(집주인)의 취향을 나누는 공유 경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김 대표는 "저와 친구, 30대 중반 미혼 남자 둘이서 연희동 쉐어하우스에서 살았는 데 거실과 서재 인테리어가 마치 카페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곳에 친구나 이웃들을 초대할 수 있는 카페나 술집을 운영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 사업의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자란다는 아이와 대학생 선생님을 매칭시켜주는 ‘돌봄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하교 시간이 빨라 ‘돌봄 공백’이 생기는 데 이를 매울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만3~13세 아이들을 돌보는 대학생 선생님 수가 2000여명에 달한다.
장 대표는 “맞벌이 가정의 여성들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면서, 그러니까 육아에서 교육으로 넘어갈 때 퇴사를 하게 되는 데 저 역시 첫째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고 말했다.
워킹맘에서 전업주부가 된 장 대표는 처음엔 아이에게 좋은 파트너가 돼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오랠수록 오히려 사이가 더 안 좋아졌다. “잔소리가 늘고 때로는 분노가 치밀때도 있고, 인내심이 필요했어요. 모든 부모가 자신의 아이에게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장 대표는 자기 대신 한글을 가르쳐줄 대학생 선생님을 찾았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했다고 한다. 이후 검증된 대학생들이 영어, 수학, 미술, 음악 등 자신의 전공에 맞게 아이를 돌봐주고 교육까지 해줄 수 있는 매칭 서비스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 아이디어를 주변 엄마들과 지인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사업으로까지 연결지었다.
두 대표가 서비스를 개발·운영함에 있어 가장 공을 들인 건 호스트와 대학생 선생님의 선정이다. 김 대표는 “호스트를 직접 찾아가 만나 어떤 분인지 대화를 나누고, 같이 기획을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남의 집 프로젝트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간의 모임인 ‘남의 집 책방’ 선호하는 음악 장르가 같은 사람들간의 모임인 ‘남의 집 음악감상실’ 등 20개월간 60회가 열렸다.
장 대표는 “대학생 선생님을 선발함에 있어선 대기업 인사(HR)팀과 같은 선발시스템을 갖춰 역량과 됨됨이, 업무적성 등을 꼼꼼히 따졌고, 아이를 매칭할 땐 내성적인지, 적극적인 성격인지, 돌발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루틴한 업무를 계획적으로 하고 싶어하는 사람인지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말했다.
서비스 운영에 어려움도 털어놨다. 김 대표는 “호스트의 서비스 품질을 일일이 컨트롤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때론 한 손님이 대화를 주도하는 바람에 나도 말하고 싶은 데 할 수가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도 계시다”며 “이런 부분은 ‘오늘 함께 하실 게스트는 어떤 분이다’라고 안내하는 식의 보완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갑자기 교환학생 등으로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됐을 때 아이가 선생님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들이 안 쓰러워할때가 가장 어렵고 힘든 경우”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앞으로 지향하는 사업모델은 '남의 집 거실 여행 사업'이다. 그는 “남의 집 프로젝트는 국내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상하이 등에서도 열린 바 있다”며 “예전엔 에펠탑을 보기 위해 프랑스 파리를 갔다면, 지금은 색다른 경험을 얻기 위해 해외여행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만큼, 남의 집 여행업으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현재 매칭시스템을 다른 분야로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중고생 과외 등 교육 분야에 현 시스템을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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