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로 변한 홍콩, 증시는 왜 오를까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11.19 14:44


항셍지수 9월 이후 상승 흐름
18·19일에도 각각 1%대 상승
시위 진압·미중 무역합의 기대
구의원 선거·중국군 변수 남아

6개월 가까이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로 홍콩 도심 곳곳이 전쟁터로 변했다. 강경진압에 나선 경찰과 저항하는 시위대의 충돌로 도시 기능이 마비 직전까지 몰렸다. 하지만 홍콩 증시 분위기는 이와 정반대다. 지난달 중순부터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달 들어 본격적인 반등 흐름을 나타냈다. 일각에서 중국 자본 개입설이 흘러나오는 등 혼란이 커지는 가운데 홍콩과 중국 투자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진압 강도 세질수록, 항셍지수도 강세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18일 오후 홍콩 이공대학교에서 경찰이 시위 학생을 연행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콩 증시 대표지수인 항셍지수는 중국과의 '범죄인 인도 협정(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만 해도 6% 이상 오르면서 시위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다 시위 규모가 커지고, 경찰과 시민의 충돌이 격해진 7월과 8월 각각 2.7%, 7.4% 급락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철회하고 시위 동력이 잠시 약해진 9월에 다시 1.4% 상승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기대감이 커진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달부터는 항셍지수의 오름세가 더 강해졌다. 홍콩 정부가 52년 만에 사실상의 계엄령인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에 근거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하면서 시위는 다시 거칠어졌지만, 시장은 오히려 이를 반겼다. 시위가 곧 진압될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낙관론도 투자심리 개선에 도움이 됐는데, 이 같은 분위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의 '최후 보루' 홍콩이공대를 포위하고 수백 명을 체포하면서 항셍지수는 18일 1% 넘게 상승했고 19일에도 1% 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이 진압 강도를 높일수록 증시는 반긴 셈인데,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시위가 약화할수록 시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끝났다'는 기대감이 커진다"며 "실제로 전날 홍콩 고등법원이 "복면금지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하자, 항셍지수의 상승 폭이 일부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매력 확대, 중국의 금리 인하,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 등도 항셍지수 상승의 배경이 됐지만, 일각에서는 중국계 자금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불확실성 여전, 24일 구의원 선거 변수


(홍콩=뉴스1) 이재명 기자 = 18일 오후 홍콩 침사추이역 인근 도로에서 시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2019.11.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홍콩 경찰의 대규모 진압작전으로 시위 세력이 약해지고, 주가도 오르고 있지만 투자자의 고민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오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반정부 시위가 다시 폭발할 수 있어서다.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범민주 진영의 승리가 예상되는 이번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 경우 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투자회사 빅토리 캐피탈의 마이클 레이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홍콩 증시가 중국 증권거래 플랫폼으로 계속 기능할지가 관심"이라며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반응과 중국 국내 정치에 미칠 잠재적 영향, 중국에 대한 세계의 인식 등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폭력사태가 악화하면서 중국군의 개입 여부도 중요해졌다. 중국군이 움직이면 미국과 유럽의 반응 등 불확실성이 커지게 된다. 특히 미 의회가 보복에 나서면서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된다. 루크 힉모어 애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시위) 상황이 더 악화할지 다음 단계를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면서 "당분간 (시장에서) 벗어나 상황 전개를 지켜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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