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녀상 전시 압박 아니라더니…결국 지원 끊었다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 2019.09.26 13:47

문화청 "운영에 필수적인 사실 전하지 않아" … 8월 스가 장관, 압박 의혹에 "전혀 아냐"

/사진='아이치 트리엔날레' 홈페이지

일본 문화청이 지난달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돼 전시가 중단된 일본 전시회에 보조금 지원을 전액 철회하기로 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표현한 소녀상 등 운영을 위해 필요한 내용을 신고 없이 진행했다는 이유에서다.

2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문화청은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개최 중인 국제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문화자원활용 추진사업을 위한 7800만엔(약 8억7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지난달 1일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에서 김서경·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일본내 극우 진영의 항의와 협박 등이 이어지자 사흘 만에 전시를 중단했다.

아이치현에 따르면 트리엔날레의 총 사업비는 약 12억엔(약 134억원)으로, 이중 부자유전 관련 비용은 420만엔(4700만원)이다. 원래는 아이치현이 최소 6억엔, 나고야시가 2억엔을 부담하고, 문화청도 국가 차원에서 보조금 7800만엔을 지급할 예정이었다.

전시 중단 문제를 위해 아이치현이 구성한 검증위원회의 전날 중간보고에 따르면 아이치현 측은 지난 5월 전시 내용에 따른 특별 경비 체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치현은 문화청에 이를 전달하지 않았고, 문화청은 "운영에 필수적인 사실을 전하지 않은 채 (보조금을) 신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보조금 적정화법(適正化法)에 따라 '지급 중단'을 결정했다. 신청서에는 어디까지 부자유전에 해당하는지 명시되지 않아, 이는 보조금 전액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 사진제공=뉴시스

전시에 소녀상이 출품됐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일본 내에서는 '보조금 지원 중단'이 거론돼왔다.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시장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일"이라며 "(공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마치 일본 전체가 이를 인정한 것처럼 보인다"며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보조금 지급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해 정밀히 조사한 뒤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스가 장관은 보조금 철회를 시사하며 주최 측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전혀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일본 문화청은 △지역이 자랑하는 문화 관광 자원의 창출 및 전개 △문화를 통한 국가 브랜딩 강화 △국내 관광 확대 및 지속적인 확충 등을 요건으로 내세워 문화자원활용 추진사업 보조금 지급을 공모해왔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전문가 심사를 거쳐 보조금 지급 대상으로 지난 4월 채택됐다.

한편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 중단 이후 출품 작가 사이에서 '전시를 재개하라'고 항의하거나 자신의 출품도 전시를 중단하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현 검증위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트리엔날레의 전시 중단이나 변경 사례는 12팀에 이른다.

전날 현 검증위는 중간보고에서 츠다 다이스케 부자유전 예술 감독을 두고 "기자로서의 개인 야망을 예술 감독의 책임보다 우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소녀상과 관련해 검증위는 "전시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작품"이라면서도 "정치성을 인정한 가운데 치우치지 않는 설명이 필요했다"며 큐레이션(전시 기획)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요청이 표현의 자유 침해로 여겨질 수 있다는 지적에 검증위는 "큐레이터 과정은 헌법상의 검열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검증위는 전시의 운영 미비를 지적하면서도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즉시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술제 실행위원회 회장을 맡은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도 협박 등 위험 방지책 마련·소녀상 관련 배경 설명 추가 등 조치를 취한 뒤 전시를 재개할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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