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오히려 홍콩 내 친중(親中)파와 광둥성 선전을 통해 홍콩 민주 세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입장을 대변하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계엄령이나 마찬가지인 '국가긴급권' 발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中 여행객 급감…홍콩 경제 충격=지난 26일 오전 홍콩과 선전을 지하철로 잇는 뤄후역은 인파로 북적였다. 대부분 홍콩을 방문했다 다시 돌아가는 본토 여행객으로 보였다. 홍콩과 선전은 약 27.5㎞에 걸쳐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육상과 해상에서 8곳의 출입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뤄후역은 이중 가장 먼저 설치된 곳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국적자도 이곳에서 바로 도착비자(임시체류증)를 발급받아 중국과 홍콩을 왕래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은 비자 발급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홍콩에 입국할 때 자동출입국심사를 받은 외국인은 도착비자 발급이 대부분 거부되는데, 홍콩과 중국의 출입국 전산 시스템이 아직 통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화 시위가 계속되면서 최근에는 홍콩을 찾는 본토 여행객도 크게 줄었다. 홍콩 상무·경제발전국에 따르면 여행 성수기였던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홍콩을 찾은 여행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6% 급감했다. 이 때문에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5%를 담당하고, 27만명을 고용하는 여행업이 큰 충격을 받았다. 홍콩 매체 펑파이는 "홍콩 여행업계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증후군) 사태' 이후 가장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홍콩 정부에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적용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급법이란 전쟁이나 내란으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정부가 평시에 준수해야 할 헌법 등 기타 법질서를 무시하고 치안과 질서 유지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홍콩 정부가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민주화 시위대를 임의로 수사하고, 체포나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는 것이다. 홍콩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1967년 반영(反英)폭동 때가 유일하다.
친정부 성향의 현지 매체 싱타오(星島)일보는 27일자 사설에서 "홍콩 정부가 시위 진압을 위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근거로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캐리 람 장관도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추기 위한 모든 법적 수단을 검토해야 한다"며 이를 고려하고 있음을 시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오는 31일 중국 정부가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사실상 거부한 5주기를 맞아, 범민주파 시민단체인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민진)이 대규모 시위를 계획 중"이라며 이때 시위대와 경찰이 또 충돌한다면 홍콩 정부가 긴급권을 발동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이먼 영 홍콩대 법학 교수는 "긴급법 제정된 것은 홍콩과 광저우의 총파업으로 전시 상태와 같았던 1922년이었다'면서 "홍콩인권법안조례는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만 기본적 인권을 제한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행정장관은 기본적으로 긴급권을 발동하기 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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