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이 노골화되면서 롯데에 대한 반감도 커지고 있다. 롯데가 유니클로와 아사히맥주 등 일본제품의 국내 판매에 앞장서며 지배구조 정점에 일본 기업들이 있는 일본 회사라는 목소리가 나오자 롯데는 곤혹스러워한다. 일본에서 창업한 롯데로서는 이같은 국적논란을 해소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그렇다면 롯데는 과연 네티즌들의 주장처럼 일본기업일까.
먼저 기업의 국적성을 따져보면 법적으로 한국롯데는 한국 회사, 일본롯데는 일본 회사로 보는게 맞다. 국내에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화학, 호텔롯데 등 계열사들은 모두 한국 상법과 세법에 따라 한국에 본점을 두고 설립됐으며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는 한국 기업이다. 반면 일본에 본점을 둔 일본롯데는 일본 회사다. 일각에선 한국롯데의 지배구조상 일본롯데홀딩스, 또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 일본 기업들이 상위에 있는 만큼 한국롯데도 넓게는 일본 회사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기업의 국적은 주주기준보다 '경제적 실질'을 우선 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롯데가 국내서 일부 일본브랜드의 주된 판매경로를 제공하고 일본기업이 지주사로 있다는 점이 소비자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롯데그룹 소속 대부분의 사업장은 한국에 법인 등록해 영업활동을 하며 국내 고용규모도 상당한 만큼 경제적 실질과 재계 5위기업으로서 한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감안하면 롯데는 한국기업"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배당수익이 일본으로 넘어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회사의 이익이 주주에게 귀속되는 것은 맞지만 경제적 실질에 비해 액수가 미미하며 이미 많은 기업들이 외국인 주주가 많은 현실도 감안해야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황 연구위원은 "코스피 기업의 외국인 주주비중은 40%가 넘고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절반 이상인 데 이들을 외국기업이라고 부르지 않지 않느냐"며 "아울러 오너일가인 신동빈 회장과 신격호 명예회장 등이 모두 한국 국적자인 만큼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 배척하는 것은 타당하지않다"고 밝혔다.
롯데 스스로도 일본 기업 프레임을 벗기위해 지배구조 개편등에 노력해온 게 사실이다. 롯데 관계자는 "국내 상장사인 롯데지주는 지분구조상 분명 한국기업이며 여기에 편입된 유통과 화학, 식품분야 66개 계열사 역시 엄연한 한국기업"이라면서 "일본롯데 지분이 투입된 호텔롯데 역시 이른 시일내 상장시켜 일본 지분율을 50%이하로 낮춘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일본롯데도 엄밀하게는 신동빈 회장 지배 하에 있는 회사들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일본롯데 소속 회사들을 한국롯데와 관련된 계열회사로 보고 신고의무를 규정한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이다.
역사적 특수성을 따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롯데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1948년 세운 껌 제조사 '롯데'로 출발했다. 재일동포 기업이었다. 그러다 1967년 롯데제과를 필두로 한국에 진출했다. 사업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조국 근대화에 기여해달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과 함께, 가난에 허덕이는 조국 청년들에게 번듯한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창업자의 일념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니클로와 아사히 등 경쟁력있는 일본제품을 앞장서 도입하고 기술력 제고를 위해 미쯔비시, 미쓰이 등 일본기업과 합작사를 세운 게 부정적으로 비치게 됐다. 아울러 유통과 식품사업을 필두로 재계 5위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갑질논란, 특혜시비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이미지 훼손, 중국의 사드보복과 총수의 구속 등으로 명과 암이 교차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는 한일 공동경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동네북과 같은 신세가 됐다"면서 "일본색을 빼기위한 노력을 더 해야하며, 앞으로 일본과의 합작사를 통한 성장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롯데에 대한 반감을 이해 못할 바 아니지만 한국기업인 롯데를 불매하면 우리 가족과 친구, 이웃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데 이게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본질은 아니지않느냐"며 "일본과 관계가 있다해서 명백한 한국 기업과 제품까지도 배척하는 것은 '경제적 자해행위'인 만큼 신중하고 차분해져야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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