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고기 이어 '가짜 달걀' 시대 왔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07.28 09:29

녹두 등 식물성 단백질로만 만든 '저스트 에그'…대형 체인점과 첫 납품 계약 맺어 '채식 열풍' 동반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저스트에그'와 저스트에그로 만든 스크램블에그. /사진=JUSTEGG 홈페이지.
콜레스테롤 섭취를 최대한 피해야 할 고혈압 환자나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얼마든지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달걀이 있다. 닭을 거치지 않고 오로지 녹두와 강황 등으로만 만든 '달걀 없는 달걀', 바로 식물성 달걀이다.

2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등에 따르면 식물성 달걀 제조업체 '저스트 에그(Just egg)'가 처음으로 캐나다 최대 커피 체인인 '팀 호튼스'와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비욘드미트의 상장으로 시작된 '고기 없는 고기'의 인기에 이어, '달걀 없는 달걀'의 대중화에 길이 열린 셈이다.

팀 호튼스는 이미 비욘드미트의 배양육을 이용한 샌드위치와 버거를 판매하고 있다. 팀 호튼스는 채식버거인 '인파서블 와퍼'로 상당한 수익을 올린 버거킹과 함께 모기업 '레스토랑 브랜즈 인터내셔널(RBI)' 아래 있는 기업이다. 제인 알메이다 팀 호튼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선 캐나다에서 식물성 달걀을 넣은 메뉴 몇 가지를 시험 판매한 이후, 계속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더 다양한 메뉴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식물성 달걀이 대형 체인점 메뉴에 진출하면서 한번 더 채식열풍이 증명됐다. 미 매체 복스는 "식물성 달걀은 케이크, 과자, 튀김, 오믈렛 등 훨씬 다양한 음식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쉽게 깨지는 달걀껍데기가 아닌 단단한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만큼 식품업체와 소매점들이 이용하고 보관하기에도 용이하다.

/사진=AFP
저스트는 '깨끗하고 안전한, 콜레스테롤 걱정 없는 계란'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2011년 조시 테트릭은 저스트의 전신인 '햄튼크릭'을 창업했다. 로스쿨을 갓 졸업하고 아프리카에 가서 굶주린 아이들을 본 테트릭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단백질인 계란을 좀 더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그는 "닭들이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좁은 닭장에 갇혀 살충제와 항생제를 매일 맞아가며 낳는 달걀은 사람에게나 닭에게나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테트릭은 생명공학자, 식물학자, 요리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식물성 달걀 개발에 나섰다. 가장 어려웠던 건 달걀에 열을 가했을 때 곧바로 몽글몽글해지는 그 특유의 질감을 살리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재료들은 뜨거워지면 달걀과 다르게 바로 끓으면서 기체로 날아가거나 타버렸다. 그는 "달걀과 같은 질감을 낼 수 있는 재료를 찾기 위해 거의 지구상에 있는 모든 식물성 단백질 재료들을 가지고 실험해본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그가 찾아낸 건 동남아시아산 녹두 등 10여가지 재료를 조합해 스크램블에그 등으로 조리할 수 있는 식물성 달걀을 만들어냈다. 수천가지 재료의 질감, 맛, 산성도 등을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뒤 성분분석을 한 결과다.

저스트에그는 북미를 넘어 유럽과 아시아 진출의 발판도 다지고 있다. 지난 3월 저스트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대도시에서 저스트에그를 출시했다. 향후 3년 안에 중국 전역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 6월에는 한국의 계란 유통업체인 가농바이오와 제휴해 한국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저스트가 받아낸 투자는 2억2000만달러(약 2600억원)다. 여기에는 일찌감치 가능성을 알아본 빌 게이츠, 홍콩 최대부호 리카싱,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 등이 참여했다. 미 식물성식품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식물성 달걀 판매량은 600만달러(약 71억원)에 달했다. 테트릭은 "단백질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식물성 식단과 생활방식의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음식에는 그렇게 많은 땅과 물이 필요하지 않고 달걀 생산에도 지금처럼 수십억마리의 닭이 필요하지 않다. 우리는 다르게 할 수 있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2. 2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3. 3 [더차트] "자식한테 손 벌릴 순 없지"…50대, 노후 위해 '이 자격증' 딴다
  4. 4 BTS 키운 방시혁, 결국 '게임'에 손 댔다
  5. 5 월급 그대론데 지갑 빵빵해졌다?…평택 '이 동네' 함박웃음 짓는 이유[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