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 시작, '1만원vs 8000원'의 싸움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 2019.07.03 18:17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제8차 전원회의 복귀해 최초제시안 제출, 노사 신경전 가열

3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8차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사용자위원과 이성경 근로자위원이 나란히 앉아 있다. 사용자위원들은 이 날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2명을 제외한 7명이 전원회의에 복귀했다. /사진=뉴스1

최저임금위원회에 복귀한 사용자위원들이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낮은 8000원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소상공인과 중소 영세기업의 지불능력이 한계가 다다랐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일 노사 양 측 위원과 공익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사용자위원들은 지난달 27일 업종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불발에 항의하며 퇴장한 뒤 1주일 만에 위원회에 복귀했다.

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초제시안으로 올해보다 4.2%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사용자위원들이 마이너스 제시안을 내놓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심의에서 2010년도 최저임금을 5.8% 낮춰달라고 제시한 이후 두번째다.

이로써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는 근로자위원들이 주장한 19.8% 인상과 사용자위원들이 주장한 4.2% 인하 사이의 줄다리기로 시작된다. 근로자위원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내년 최저임금은 1만원이 되고, 사용자위원 요구가 그대로 반영된다면 8000원이 된다.

사용자위원들은 이날 복귀에 앞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제5차 전원회의에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외침을 외면해 퇴장했다"면서도 "위원장이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하며 위원회 의제로서 소상공인들의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해 이를 믿고 복귀한다"고 밝혔다.

사용자위원 9명 중 7명은 복귀했지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권순종 위원과 오세희 위원은 끝내 불참했다. 2명은 구분적용 불발에 항의해 여전히 일정을 보이콧하되, 최저임금 수준을 표결하는 마지막 전원회의에는 참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양측 위원들은 회의에 앞서 날선 공방을 벌였다. 류기정 사용자위원은 "자동차 운전자는 브레이크의 기능을 믿어야 안전한 마음으로 운전할 수 있다"며 "수출 감소, 대외여건 악화 등 우리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과거에 우리가 과속했던만큼 브레이크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심의하자"고 말했다.

이태희 사용자위원은 "영세중소기업의 87%가 최저임금 인하나 동결을 희망하는데, 이런 현장의 절박한 바람이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반드시 반영돼야한다는 파부침주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주호 근로자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은 과속이 아니라 한국 경제 규모로 볼때 오히려 더 속도를 내서 1만원으로 가야 한다"며 "자영업자 어려움을 계속 강조하시는데 어제 우리는 대기업의 비용분담을 통해 해결하자는 경제민주화를 말했고, 이 자리는 550만 최저임금 노동자의 적정한 삶과 보상을 논의하는 자리"라고 반박했다.

이남신 근로자위원은 "사용자위원들 한번 퇴장하고 두번 불참한 상태에서 지난번에 우리가 의결할 수도 있던걸 위원장이 배려해서 다시 복귀하지 않았느냐"며 "사과 한마디 없이 제도개선 요구가 담보되지 않으면 언제라도 행동할 것처럼 말하는 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노사 위원들의 논쟁이 격해지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오늘 작심하고 온 생각들을 충분히 얘기하고 심도 있게 토론할 기회를 드리겠다"며 모두발언을 마무리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3일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늦어도 이달 13일까지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끝내기 위한 일정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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