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저임금委 만난 근로자들 "최저임금 1만원, 걱정된다"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9.07.0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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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 현장방문 결과보고서…중소·영세기업 근로자들 "일자리 없어질까 우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7차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2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원회의장에서 열린 최저임금위 7차 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을 만난 근로자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근로자는 업종별 차등적용과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최저임금위원회에 내기도 했다.

3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최저임금위원회 현장방문 결과보고서'는 지난달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들이 전국 6개 기업을 방문해 노사 양측과 면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을 가장 우려했다. 서울 대기업 계열사 근로자는 "점점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며 "1만원으로 올라가면 매장 직원들이 더 많이 줄어들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다른 근로자는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정규직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단시간 아르바이트생 자리가 많이 없어졌고 근무일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대구 용역업체 소속 경비원은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서 아파트마다 인원이 줄어 주변에 일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6명에서 4명으로 인원이 줄어 그만큼 남은 사람들에게 일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에서 계속 1만원을 주장하고 있는데, 1만원까지 올리면 이쪽 직종은 일하는 사람 중 몇명이 남아있을지 고민"이라며 "내년에는 급격한 인상보다 소폭으로 올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요양병원 간호사는 "최저임금이 동결됐다면 직원 채용이 더 있을텐데 인상되면서 신규 채용이 없었다"며 "직원 수가 늘지 않아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이 아무리 인상돼도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조정으로 실제 손에 쥐는 임금은 큰 차이가 없다는 발언도 이어졌다. 광주광역시 법인택시 기사는 "회사가 살아야 근로자가 있기 때문에 노사가 어느 정도 상생을 해야한다"며 "근로자도 힘든 상황이지만 회사가 지급하려고 해도 재원이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13년 반을 일했는데 초창기 수입과 지금 다른 게 없다"며 "최저임금이 오르면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급여를 맞추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의미가 없어 내년 적정 최저임금 의견을 동결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대구 제조업체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맞물려 출퇴근시간은 똑같은데 휴게시간만 늘어났다"며 "일요일 특근으로 월급을 더 받아가곤 했는데 지금은 일요일에 전혀 근무를 할 수 없으니 실제로 받아가는 임금에 차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업체의 또 다른 근로자는 "최저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시간을 늘렸으면 좋겠다"며 "생산직은 별도수당 대신 기본급과 연장수당만 받기에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줄어드는만큼 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광주광역시 택시기사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그 재원을 우리가 마련해야한다"며 "카풀제도 때문에 수입은 떨어지는데 최저임금을 받으려면 사납금을 더 납부해야하는만큼 택시업계는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시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 경비원도 "3년째 최저임금 때문에 휴식시간 최대한 늘리고 하고 인원 줄인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계속 부작용이 나타나는만큼 여건을 고려하고 직종구분을 해서 차등을 두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대전 공기업 근로자는 "월급이 조금 오르면 물가가 많이 올라가 체감을 못한다"면서도 "저희가 많이 받으면 자영업자들은 다 힘들게 되니까 내년 최저임금은 적정한 선에서 결정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가 방문한 6개 기업 모두 2016~2018년 사이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 대구 용역업체 89→92%, 서울 대기업 계열사 84→87.3%, 대전 공기업 60.83→75.01%, 광주광역시 요양병원 54.54→69.53%, 대구 제조업체 29.0→31.0%로 상승했다. 대구의 제조업체는 인건비 비중이 2%p 올라갈 때 매출은 6% 줄었다. 광주광역시 택시업체는 임금을 매년 동결하는 대신 소정근로시간을 줄여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했다. 올해 모든 광주광역시 택시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은 4시간 57분으로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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