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200만명으로 커져도...중국이 승리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9.06.18 10:17

'체육관 투표' 유지하는 한 캐리 람 장관 몰아내도 '친중파' 득세…직선제 요구하는 또다른 시위 가능성도

/AFPBBNews=뉴스1


중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을 막고자 하는 홍콩 시민들의 목소리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정치생명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지난 9일 100만명에 이어 지난 16일 역대 최대 규모인 200만명이 거리 시위를 벌이면서다. 결국 송환법은 사실상 폐기 절차에 돌입하며 시위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시민들은 이제 람 장관의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람 장관이 물러나도 현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한은 여전히 중국이 승리하게 된다고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람 장관이 당장 내일 사퇴한다면 매튜 청 정무부총리가 최장 6개월까지 대리임무를 수행하는데 그 역시 친중파라고 전했다. 게다가 홍콩은 1200명으로 구성된 지명위원회가 새로운 행정장관 후보를 지목하고 선출하는 간선제, 일명 '체육관 선거'를 택하고 있다. 중국측은 여기서 지명되는 후보자가 중국과 홍콩을 사랑하는 '애국애항' 인사여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는 데다가 위원회 대다수가 공산당과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선거제도를 아예 바꾸지 않는한 무얼해도 친중파가 당선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중국은 2017년 행정장관 선거에서도 이러한 권한을 휘둘러 캐리 람 장관을 당선시킨 바 있다. 당시 3월 선거를 앞둔 최종 연론조사에서 람 당시 후보의 지지율은 30% 초반으로 경쟁자인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던 존 창 전 재무사장(5)에 크게 뒤졌다. 하지만 지명위원회의 66.8%(777명)가 람 후보를 지지하면서 역전 드라마를 썼다. 람 장관은 2014년 50만명의 홍콩 시민이 79일간 벌인 '우산혁명'을 강경 진압해 해산시켜, 중국 공산당의 눈에 들었다. 우산혁명은 행정장관 직선제 등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시위였지만, 이 안은 이듬해 홍콩 입법회에서 부결됐다.

중국은 일단은 송환법 폐기와 함께 람 장관의 공개사과로 사태를 마무리 지으려 하는 모양새다. 람 장관은 지난 16일 "많은 시민들을 실망시키고 괴롭게 한 점을 인정한다"고 공개 사과하면서도 거취 문제는 밝히지 않았다. 17일 '우산혁명'을 주도했던 야권 인사 조슈아 윙이 출소하며 람 장관의 퇴진을 주장하면서 "지난 6월12일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한 것을 취소하라"고 밝히는 등 람 장관 퇴진 목소리에도 중국 외교부는 이날 람 장관을 "확고히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게다가 중국은 람 장관 외에 현재 마땅한 대안 인사가 없는 상황이다. 통신은 청 정무부총리는 경험부족과 인지도가 낮다는 점에서 차기 장관 후보로는 부적격인 데다가, 행정회의 구성원인 레지나 이프이나 룽 천잉 등은 친중파이지만 온건파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람 장관이 레임덕에 빠지고 식물인간 상태가 될 수 있지만 현 자리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람 장관의 임기는 3년 남았다.

향후 홍콩에서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제2의 우산혁명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홍콩 시위를 이해한다"고 언급하고 이달말 G20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 이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의 압박카드로 홍콩이 이용되는 모양새지만, 미국이 지원사격을 해주면 홍콩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직선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하다. 홍콩에 직선제를 허용하면, 중국내 다른 소수민족이나 자치구들도 선거개혁 목소리를 내며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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