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통]한국이 '선진국' 아닌 '개도국'이라고요?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 2019.06.08 08:00

⑯-미국, 중국 견제 위해 WTO서 개도국 지위 결정 새 기준 제안…농업 분야 개도국 우대 받는 한국도 대비 필요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돌파', '국제통화기금(IMF) 선진경제국 39개국 중 하나', '개발도상국 원조를 돕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29개 회원국 소속'.

한국을 설명하는 수식어들을 보면, 최종적인 경제발전단계에 접어든 국가를 말하는 '선진국'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실제로 대부분의 주요 국제기구들은 한국을 개도국이 아닌 선진국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한국을 개도국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 사례가 세계무역기구(WTO)다. 1995년 출범한 WTO는 개도국을 국제 자유무역질서 내로 편입시키기 위해 '개도국에 대한 특별대우(S&D)' 조치를 시행해 왔다. WTO 협정 내에서 개도국 우대를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약 150여개에 달한다.

그런데 WTO에서 어떤 국가가 개도국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방식은 '자기선언'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개도국이다"라고 스스로 주장하면 개도국으로 분류된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우 1996년 '선진국 클럽' OECD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선진국임을 선언하라고 요청받았다. 하지만 한국으로선 취약점인 농업 분야에 미칠 영향이 우려 대상이었다. 협상 끝에 한국은 향후 국제무대에서 농업을 제외하고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WTO에서도 농업 분야에서 만큼은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문제는 최근 WTO 개도국 지위 결정 방식이 변화할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미국은 '자기선언' 방식의 개도국 지위 결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선진국 수준으로 성장한 일부 개도국이 우대 혜택을 계속 받는 것은 WTO 취지에 반한다는 논리다.


이어 2월에는 개도국 결정을 위한 새 기준을 제시했다. △현재 OECD 회원국이거나 가입절차를 밟고 있는 국가 △G20(주요 20개국) 국가 △세계은행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한 국가 △세계 상품무역(수출+수입) 비중이 0.5% 이상인 국가 등 4가지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개도국 지위를 주장해선 안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미국의 지적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도 현재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은 최악 수준으로 치달은 상황, 미국 입장에서는 개도국이라는 명목으로 국제무역 과정에서 특혜를 누리려는 중국을 견제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중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 중 2개 항목에 해당한다.


미국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한국도 농업 분야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이 제시한 4가지 기준에 모두 해당하는 유일한 개도국이다. 선진국으로 분류되면 수입산 농산물에 매기는 관세를 지금보다 대폭 감축해야 한다. 쌀 변동직불금 등 보조금 지급에도 제약이 생긴다.

물론 미국의 제안이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이 인도 등 다른 개도국들과 함께 극렬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도 개도국 지위 결정 방식이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WTO가 규정 변경시 회원국 전원의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요청을 했지만 중국, 인도 등의 반대가 있어 WTO 차원에서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고 미국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향후 한국에 개도국 졸업 요구가 계속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선진국 의무 이행은 불가피하다"며 "다자차원에서 관련 협상에 적극 참여해 선진국 의무 이행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연착륙 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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