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라면서 "이는 9월 초 새로운 총선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역시 "대통령과 같은 생각이다. 새로운 선거는 희망사항이 아니라 필수"라며 슈트라헤의 자유당과 연정을 끊고 새 총선을 치를 것을 선언했다.
오스트리아의 집권 연정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은 슈트라헤 부총리의 2년 전 영상 한 편이 공개되면서다. 독일 매체 슈피겔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17일 슈트라헤 부총리가 러시아 신흥재벌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과 대화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특히 이 여성이 "은행에 예치하기 곤란한(불법자금) 2억5000만유로(약 3337억원)을 오스트리아에 투자하겠다"고 하자 슈트라헤 총리는 "우리 당에 후원을 해주면 카지노 사업권을 주고 정부가 발주하는 고속도로 건설공사도 몰아주겠다"고 설득했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시민 수천명은 총리 공관 앞으로 몰려와 내각 해산을 요구했다. 슈피겔은 "단순히 이권을 약속한 것뿐 아니라 자유당이 오스트리아의 중요 정보를 러시아로 흘려보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자유당이 러시아 자금으로 총선을 치르려 했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평했다.
슈트라헤 부총리는 영상이 공개되자 바로 사퇴했다. 그는 사퇴 기자회견에서 "술에 취해 (여성의) 환심을 사려는 10대 소년처럼 멍청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했다"고 말했다.
슈트라헤 부총리가 이끌었던 자유당은 1956년 나치 추종세력이 모여 만든 극우 정당이다. 2017년 10월 총선에서 우파성향인 국민당은 돌풍을 일으키며 원내 1당이 됐지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자 자유당과 손을 잡았다. 우파 국민당과 극우 자유당이 연정을 맺으면서 그간 중립국 기조를 내보였던 오스트리아는 점점 친(親)러시아,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 오스트리아의 '러시아 스캔들'이 오는 23~26일 진행되는 유럽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프랑스 극우정당 지도자 르펜 역시 EU 공금을 유용하고 러시아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면서 "유럽에서 증가하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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