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트럼프 풍자' 칸에서 쏟아진 사회비판 메시지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19.05.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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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서 "세계 지도자 거짓과 분노로 통치"…기후변화, 테러, 반이민, 성차별 등 사회적 메시지 전달

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여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경쟁부문 심사위원장(가운데)과 영화배우 엘르 패닝(왼쪽), 파벨 포리코브스키 경쟁부문 심사위원(오른쪽). /사진=로이터칸 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여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경쟁부문 심사위원장(가운데)과 영화배우 엘르 패닝(왼쪽), 파벨 포리코브스키 경쟁부문 심사위원(오른쪽). /사진=로이터


세계 영화인들의 최대 축제로 불리는 칸 국제영화제가 화려한 막을 올린 가운데, 어느 해 못지 않게 성평등과 기후변화, 반이민 문제 등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영화제 측은 경쟁부문 심사위원 8명을 남성 4명, 여성 4명으로 선정해 성평등한 영화축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15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멕시코의 거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56) 감독은 개막 첫날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칸 영화제에서 남미 출신 감독이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장벽 문제를 포함해 이민과 관련한 정치적 수사들은 또 다른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개막작인 짐 자무시 감독의 '죽은 자는 죽지 않는다(The dead don't die)'를 소개하며 "세계 정치지도자들이 '분노와 거짓'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는 세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이런 정치적 수사가 반복되면 그 끝이 어떻게 될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후변화를 언급하면서 "세상은 녹아내리고 있지만 정치인은 소설을 쓰고 사람들에게 그것을 사실로 믿게 한다"고 비판했다.



개막작 '죽은 자는 죽지 않는다' 역시 기후변화와 반이민 문제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미국 한 마을의 무덤 속에서 좀비들이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독립영화다. 영화 속에는 'Keep America White Again'(미국을 다시 백인들의 나라로 만들자) 라고 쓰여 있는 야구모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스티브 부세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다시 미국 인종차별주의자를 지켜라(Keep America Racist Again)' 라고 풍자했다.

14일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개막한 제 72회 칸 영화제는 25일 폐막한다. 올해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원태 감독의 '악인전'이 각각 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졸업작품 '령희'(감독 연제광)가 학생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단편 애니메이션 '움직임의 시선'(감독 정다희)이 감독주간에 초청받았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배우들이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Stop Bombing Hospitals"(병원 폭격을 멈춰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영화 '레미제라블'의 배우들이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Stop Bombing Hospitals"(병원 폭격을 멈춰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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