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어떻게 아시아 첫 동성결혼 허용국이 됐나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 2019.05.18 06:00

1990년대부터 논의, 차이잉원 집권 후 활발해져
2017년 사법원 "위헌"…반대파 넘고 특별법 통과

대만 타이페이에 있는 입법원 건물 바깥에서 동성결혼 합법화 소식을 들은 동성애자 권리단체 회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렇게 빨리 통과될 줄은 몰랐다. 정말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다"

대만이 아시아 최초로 동성 커플의 결혼을 합법화했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만 입법원(국회) 건물 바깥에서 표결 결과를 기다리던 4만명의 동성애자 권리 단체 회원들은 울먹이며 환호했다. 맞은편 한 켠에는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50여명의 시위자들이 텐트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1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입법원은 이날 표결을 진행해 찬성 66표 대 반대 27표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는 내용의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동성애 가족관계'나 '동성애자 결합'이라는 대체 표현을 쓰자는 두 개의 안도 있었지만 입법원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가장 진보적인 법안을 택했다.

이에 따라 대만의 동성커플들은 법안이 발효되는 24일부터 혼인신고를 할 수 있으며, 이성 부부와 똑같이 자녀 양육권, 세금, 보험 등과 관련한 권리를 갖는다.

이번 의결은 "동성결혼 금지는 위헌"이라는 대만 사법원(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2017년 5월 24일 대만 사법원은 남성과 여성 간에만 결혼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현행 민법이 "인간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사법원은 입법원에 2년 내 동성혼인을 위한 별도의 법률을 만들거나 현행 민법을 고쳐 동성 결혼이 보장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법이 발효되는 이번달 24일은 위헌 판결 후 딱 2년이 되는 시점이다.

사법원의 이 같은 결정 이후 대만에서는 보수 진영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대만 재벌 왕쉐홍 HTC 회장이 지원하는 보수성향 시민단체 다음세대행복연맹은 "사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 단체는 '민법에서 결혼을 이성 간의 행위로 제한할 것', '학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을 금지할 것', '기존의 민법 개정 없이 동성커플을 권리를 다룬 별도 법을 만들 것' 등 3가지를 주장하며 이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 결과 다음세대행복연맹이 발의한 3개 안은 모두 다수의 지지를 얻어 통과됐다. 하지만 이 결과로는 사법원의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입법원은 여전히 올해 5월 24일까지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법을 내놓아야 했고, 국민투표로 막힌 민법 개정 대신 특별법을 내놓았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17일 동성결혼 합법화 소식에 "우리는 진정한 평등을 향한 위대한 걸음을 내딛었고 대만은 더 나은 나라가 될 것이다"라고 환영했다. /사진=차이잉원 트위터
1990년대부터 시작된 대만의 동성결혼 논란은 특히 동성결혼 허용을 주장해온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2016년 집권하면서 고조됐다. 17일 의결을 앞두고 차이잉원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오늘 진보적 가치가 동아시아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는 역사를 만들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에서 동성결혼에 대한 논의가 가장 먼저 활발했던 곳은 태국이다. 태국에서는 두 명 중 한 명이 태국인인 20세 이상 동성 커플에 한해 '시민동반자관계'를 맺고 이성 부부에 준하는 세금 감면, 사회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 커플의 입양권이 보장되지 않고 '시민동반자관계'로 별도의 용어를 만들어 혼인관계와는 구별했다.

일본에서도 동성결혼 합법화 움직임이 조금씩 일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일본 국민 78%가 동성 결혼 합법화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에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 일본 헌법은 잘못"이라며 13쌍의 동성커플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슬림이 다수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동성애 처벌을 강화하며 인권침해 논란도 일고 있다. 브루나이는 지난 4월 동성끼리 성관계를 맺을 경우 돌을 던져 사형에 처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제사회의 빈축을 샀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동성애를 불법으로 보고 적발시 공개 태형을 집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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