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60% 주주에게"…S-Oil '배당천재' 된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9.04.15 05:25

[종목대해부]최대주주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 적극적인 고배당 정책 지속…정유사 탈피해 석유화학기업 변신중


그 출발은 1976년 쌍용양회공업과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이 합작 설립한 '한이석유'였다. 하지만 쌍용과 이란과의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1980년 5월 한이석유가 정유시설을 상업 가동한 지 한 달 만에 NIOC가 합작지분을 전격 철수하면서 ‘쌍용정유’로 상호를 교체했다.

1980~1990년대 국내 정유업계를 주름잡았던 쌍용정유의 여정은 쉽지 않았다. 쌍용그룹의 경영난이 쌍용정유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1991년 쌍용정유 지분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에 넘어간데 이어 1999년말에는 쌍용그룹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세계 원유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최대 석유업체 아람코는 2000년 쌍용그룹 이미지를 완전히 지운 '에쓰오일(S-Oil)'을 선보였다.

◇정유업계 3위 '구도일'…최대주주는 사우디 '아람코'=쌍용정유를 사들이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아람코는 에쓰오일을 탄탄탄한 자회사로 만들었다. 2대 주주였던 한진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한진에너지가 보유했던 에쓰오일 지분 28.4%를 2조2000억원에 추가 인수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굿 오일(Good Oil)이라는 의미의 '구도일' 캐릭터, '좋은기름 이니까'라는 광고 문구 등을 앞세워 에쓰오일의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끌어 올리는 작업도 진행했다. 업계 1·2위인 SK이노베이션·GS칼텍스보다 주유소 등 판매시설이 적다는 한계에 부딪히자 '사우디 원유' 품질을 강조한 차별화 전략을 편 것이다.

지난해말 현재 최대주주인 아람코 지분은 63.46%(보통주 기준)로 강한 지배력을 자랑하고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6.07%, 임직원은 0.12%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대표이사 외에는 상근 사내이사가 없는 구조다.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기임원은 대표이사 1명과 기타비상무이사 4명, 사외이사 6명 등 총 11명이다. 이 중 대표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는 모두 아람코의 전·현직 임직원들이다.

대표이사인 오스만 알-감디 사장은 지난 2016년 9월 취임해 현재까지 사내이사로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알-주다이미 아람코 부사장, 알-하드라미 아람코 임원, 알-하리키 아람코 이사, 알-부아이나인 아람코 트레이닝 컴퍼니 사장 등이다. 박봉수·류열 사장을 비롯해 재무 총괄인 조영일 부사장 등 한국인 임원들이 있지만 모두 미등기 임원이다. 사외이사(감사 포함)가 6명에 달하는 것도 독특하다.

에쓰오일토탈윤활유·동북화학 등 국내 관계사 역시 대표이사 외에는 사내이사가 없다. 대표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는 에쓰오일 전·현직 한국인 임원들이 맡고 있다.

◇"단순 정유사 아니죠"…석유화학 메가프로젝트=일반 소비자들에겐 'S-Oil 주유소'로 친숙하지만 에쓰오일은 단순 정유사는 아니다. 지난해말 기준 정유 부문 매출비중이 79%로 절대적이지만 윤활기유(6.5%)와 석유화학(14.5%)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내수보다 높다. 지난해 총 매출 25조4633억원 중 수출이 14조9928억원(59%)로 내수 10조4705억원(41%)보다 4조5000억원 이상 많았다.


2015년부터는 석유화학업체로 본격 변신을 선언했다. 1단계 프로젝트인 RUC(잔사유 고도화 설비)·ODC(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를 건설했고, 오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 울주군 온산읍에 연간 150만 톤 규모의 스팀 크래커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을 세우는 2단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2015년부터 1단계 프로젝트에 4조8000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온산 프로젝트에 5조원을 쏟아 붓는다.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사업에만 1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국제유가·환율에 따라 시황 변동이 큰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2단계 프로젝트까지 마무리되면 에쓰오일은 단숨에 석유화학 업계 4위권으로 도약한다. 경쟁사인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SK종합화학을 통해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 사업 진출을 발표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응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석유화학 1단계 설비가 단기 실적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신규설비 가동이 이익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봤다.

◇오락가락 '배당천재'…최고 연봉 '꿈의 직장'=에쓰오일은 시장에서 '배당천재'로 통한다. 순이익의 40~60%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고배당 정책으로 유명하다. 최대주주가 사우디아라비아 기업인 만큼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펴 왔다. 60% 넘는 지분을 보유한 아람코는 많게는 연 3000억~4000억원 이상을 배당으로 챙겼다.

하지만 시황 변동에 따라 실적이 오락가락하는 정유 사업 특성상 연도별 현금배당 수익률은 격차가 컸다. 배당에 인색한 국내 상장사보다는 월등히 높은 배당성향을 지속하고 있지만, 순이익이 급감하면 현금배당금 총액이 줄어드는 '배당쇼크' 사태를 빚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6~2017년에는 각각 1조원을 웃도는 당기 순이익을 냈고 이 중 7219억원, 6870억원을 현금배당금으로 책정했다. 배당성향이 55~59%로 현금배당 수익률은 4~7%대였다. 하지만 2018년엔 실적 급감으로 순이익이 2500억원대로 줄었다. 배당성향 34%를 유지했지만 배당금 총액은 1000억원을 밑돌았다. 2016년 6200원이던 주당 현금배당금은 750원으로 감소했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의 지난해 배당성향이 크게 낮아졌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업황둔화 구간인 지난 2009년, 2014년 등에도 배당이 축소됐다가 다시 회복되는 추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높은 직원 연봉, 긴 근속연수 등도 눈 여겨볼 점이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1억3759만원으로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속 연수도 16.1년으로 경쟁사보다 월등히 길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직원들 입장에선 삼성전자보다도 높은 연봉이 보장된 꿈의 직장"이라며 "반면 회사는 매년 고연봉 임단협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