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트럼프가 죽은 매케인에 집착하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 2019.03.21 13:50

매케인, '러시아 스캔들' 관련 핵심 정보 FBI에 제출…의혹 해소 및 '열등감 표출'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BBNews=뉴스1


중국 고사에 '죽은 공명이 산 사마의를 쫓는다'는 말(제갈공명에게 호되게 당했던 사마의가 그를 본 뜬 인형만 보고도 도망치기 급급했다는 일화에서 나온 말)이 있지만 최근 미국의 상황도 그렇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고인인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을 비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러시아 정부 간 유착 혐의를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관련 자료를 폭로한 매케인 전 의원에 연일 비판을 퍼붓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에서 열린 백악관 공식 행사에서 매케인 전 의원을 비판하는데 5분 가까이를 할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매케인)가 원했던 장례식을 승인해줬지만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서 "난 존 매케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매케인 전 의원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매케인 의원이 사망한지 7개월이 지났지만 최근 5일 간 벌써 4차례나 그를 언급했다. 지난 17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매케인 의원의 대학교 시절 성적이 저조했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매케인 의원이 대통령 자신이 강력하게 추진한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폐지에 반대표를 던진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비판을 통해 자신에게 제기된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매케인 의원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 핵심 정보를 미 연방수사국(FBI)에 제공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앞서 매케인 전 의원은 전직 영국 정보요원인 크리스토퍼 스틸이 작성한 '트럼프 X파일'을 FBI에 제출했다. 해당 문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생활 및 러시아 유착 의혹에 대한 내용을 담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문서가 '가짜'라고 주장해왔다. 그는 이날도 매케인 전 의원이 가짜 자료를 수사기관에 폭로했다며 비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점점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다. 외신들은 지난주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2년 만에 마무리됐으며 조만간 법무부에 보고서를 제출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미 하원은 지난 14일 보고서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특검은 결코 임명되지 않았어야 했고 뮬러 보고서도 없어야 한다"고 비난하며 공개를 거부했지만 비판이 이어지자 최근 입장을 선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케인을 공격하면서 자신의 열등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랄프 피터스 전 폭스뉴스 전략 분석가는 이날 CNN에 "트럼프는 (매케인을 비판하며) 자신이 굳센 사람이라고 보여주려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병역기피자인 트럼프는 매케인 같은 (굳센) 사람이 될 수 없으며, 이는 전형적인 자존감 부족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매케인이 베트남전 당시 포로로 붙잡혔다는 이유로 그를 전쟁 영웅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매케인 비판이 이어지면서 공화당 의원들도 반발에 나섰다. 조니 이삭슨 상원의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국가에 헌신한 이들의 공로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매케인 전 의원의 장녀인 메건 매케인은 "대통령은 아버지가 죽어서도 뉴스에서 주로 다뤄지는 것을 질투하고 있다"면서 "고인을 공격하는 것은 저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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