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부족 사태 올 수도"…증시 '뇌관'이 된 영국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김성은 기자 | 2019.03.13 07:55

[월가시각] 英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 또 부결…"노딜 브렉시트 땐 경기침체 우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P 뉴시스

"누구도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전면적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심지어 영국에 식량 부족 사태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루카 파오리니 픽텟자산운용 수석투자전략가)

영국이 벼랑 끝으로 달려가고 있다. 오는 29일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시한을 앞두고 또 다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됐다. '노딜(합의없는) 브렉시트'란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브렉시트가 전세계 증시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96.22포인트(0.38%) 떨어진 2만5554.66으로 거래를 마쳤다.

항공기 추락 사고로 주력 기종 안정성 논란에 휘말린 보잉 주가가 6% 이상 급락하며 다우지수를 150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이날 다우지수의 하락폭이 약 96포인트에 그쳤다는 점에서 보잉만 없었다면 다우지수는 상승 마감할 수 있었던 셈이다. 보잉은 최근 에피오피아 항공기 추락 사고 등과 관련, 차세대 주력 기종인 '737 맥스8' 모델에 대해 안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올랐다. 이날 S&P 500 지수는 8.22포인트(0.30%) 상승한 2791.52를 기록했다. 유틸리티, 의료 업종이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2.97포인트(0.44%) 오른 7591.03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은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모두 상승했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에 온기가 돌았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2월 미국의 CPI는 전월에 비해 0.2% 상승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와 같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갈 명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오른 것은 4개월만에 처음이다. 음식과 휘발유, 임대료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소비자물가는 1.5% 상승했다. 2016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변동폭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1% 올랐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작은 폭이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때 근원 CPI는 2.1% 상승했다. 근원 CPI를 주된 기준으로 삼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서비스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블리클리자문그룹의 피터 브룩바 수석투자관리자는 "서비스 물가가 3% 이상 오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금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물가상승률, 특히 서비스 물가상승률에서 눈을 떼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JAG 캐피탈매니지먼트의 놈 콘리 수석투자관리자는 "요즘 경제지표가 이상하다"며 "소매판매와 고용 지표가 서로 상충하며 오락가락하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영국 하원은 브렉시트 합의안을 149표차로 부결시켰다. 찬성이 242표, 반대가 391표였다. 지난 1월 1차 표결 당시 230표 차로 부결됐던 것에 비해 반대표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작지 않은 표 차이였다.

이에 따라 하원은 '노딜 브렉시트'와 '브렉시트 연기' 등의 안건을 놓고 표결을 벌이게 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표결 직후 성명을 통해 예고한 대로 13일 노딜 브렉시트 여부를 하원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만약 노딜 브렉시트를 원치 않는 의원이 다수라면 14일에는 브렉시트 연기 여부를 묻는 표결이 이뤄진다.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이날 합의안 부결에 대해 "실망스럽다"면서 "EU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다. 노딜 브렉시트의 위험이 커졌다"고 말했다.

파오리니 수석전략가는 "EU는 영국의 최대 교역상대"라며 "만약 정말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진다면 경기침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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