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교회 내 성폭력'... '여자 가톨릭 신부' 필요한 이유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 2019.03.02 11:39

교황청 서열 3위 추기경 구속-수녀들의 폭로…NYT 칼럼 "교회, 여성 성직자 허용해야 바뀌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의 빅토리아주 카운티 법원 앞에서 조지 펠 추기경의 법원 출석을 앞두고 시위하는 시민이 피켓을 들고 있다./ AFPBBNews=뉴스1

로마 가톨릭교회 성직자들에 의한 성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은 유독 심각하다. 지난달 27일 아동 성 학대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조지 펠 추기경이 법정 구속됐다. 그는 '교황청 서열 3위'로 여겨지는 재무원장직을 맡아왔던 터라 논란은 커졌다.

2014년부터 보직을 맡아온 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고 재무 고문이었고, 지난해 10월까지 교황 최측근 자문 집단인 추기경 자문단 9명 중 하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CNN에 따르면 1946년에서 2014년 사이 독일에서만 최소 3677명이 1600명의 성직자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했고, 미국에선 펜실베이니아 법원 대법관이 300명이 넘는 성직자들의 성폭력을 고발했다. 지난해 11월 수녀들이 성직자들이 자신들을 성노예처럼 부리기도 했다며 폭로하기도 했다.

끊이지 않는 '교회 내 성폭력'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앨리스 맥더모트는 뉴욕타임스(NYT)에 지난달 23일 '여성 성직자가 필요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개재하며 근원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현행 교회법, "여자는 사제가 될 수 없다"…"관례와 성경 기록 때문"


현행 교회법에 따르면 여성은 사제가 될 수 없다. 교회법 1024조는 "세례받은 남자만이 서품(가톨릭에서 교회공직자를 임명하는 절차)을 유효하게 받는다"고 규정한다. 관련 논란이 일자 1995년 신앙교리 심의회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다음과 같이 들었다.

첫째, 예수가 오직 남자들만 제자로 선택했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둘째, 여성 사제 금지는 하느님의 뜻에 일치한다고 교회 교도권이 일관되고 변함없이 가르쳐왔다.
셋째, 예수가 한 것처럼 남자만을 사도들의 후계자로 선택해온 교회의 관례 때문이다.

맥더모트는 칼럼에서 이러한 여성의 성직자 배제가 교회 내 성폭력이 일어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쪽 성별을 고위층에서 배제하는 행위는 성직자들의 폭력을 위한 암묵적인 근거(implicit rationale)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차별은 교회 내 성폭력이 수면 위에 드러날 때도 명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과 아이들은 가톨릭 교회 남성 지도자들에게 더 가치 있고, 더 영향력 있고, 더 중요한 남성, 즉 자신들보다 뒷전이었다"고 말했다.



교황청, 성 학대 대책회의 열었지만… NYT "교회, 여성 성직자 허용해야만 바뀐다"


교황청이 개최한 아동 성 학대 대책 특별회의의 마지막 날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안에 들어서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편, 교황청은 교회를 향한 강한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성폭력 폭로에 단호한 대처를 보였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190명의 가톨릭 고위 관계자를 불러 모아 아동 성 학대 관련 특별회의를 전례 없이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기소된 성직자들을 "사탄의 도구"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맥더모트는 이러한 조치만으론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교회가 수년 동안 사과를 하고, 가해자들이 체포되거나 감옥에 갔지만, 이번 대처로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이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별회의를 연다고 해서 어떤 교회 성직자, 심지어 교황이라도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 안심하는 가톨릭 신자는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다"고 밝혔다.

맥더모트는 가톨릭교회가 여성 성직자를 허용해야만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간과 성 학대는 성적 요구나 외로움이 아니라 권력에 의한 것"이라며 "가톨릭교회의 일상화된 여성혐오는 여성과 아이들이 덜 중요하다(the lesser)는 인식을 강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가톨릭 여성 신자들은 필수적인 오류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교회가 스스로 개혁할 수 없다고 본다"며 "그 오류는 바로 여성이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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