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빅딜, 산은 품 뜨기싫은 노조 '암초'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9.02.22 08:40

대우조선 노조 고용불안 이유로 "매각 반대" 강경투쟁…자금수혈로 버티기 기대에 모럴해저드 반복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조합원들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앞에서 대우조선 매각 반대 집회를 열고 산업은행을 향해 계란을 던지는 가운데 내부에 있던 직원이 집회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던져주십시오!” 21일 한낮 KDB산업은행(산은) 여의도 본점 앞에 선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 노조) 조합원들은 사회자의 말에 일제히 달걀을 던졌다. 대치 중이던 경찰도 힘껏 던져 올린 달걀을 막기는 어려웠고, 건물 창문은 수백 개의 달걀이 부서지며 얼룩이 졌다.

조선업계의 유례없는 ‘빅딜’로 평가받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노동계 반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매각 대상인 대우조선 노조는 물론 매수자인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파업을 결의했다. 산은과 관련 업계에서는 ‘예상됐던 고비’라고 본다. 산은의 ‘우산’을 떠나지 않으려는 관리기업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다시 나타났다는 시각도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19일 조합원 5600여 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한 결과, 투표 참가 조합원 93.4% 가운데 92.1%가 파업에 찬성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확대간부 상경투쟁을 벌인 데 이어 오는 27일 산은 본점 앞에서 또 한 차례의 총파업 상경투쟁을 예고했다.

대우조선 노조가 매각을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고용불안이다.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나 VLCC(초대형유조선) 등을 주력으로 하는 양사의 사업 영역이 겹쳐 앞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물론 최종구 금융위원장까지 양사 수주 물량이 충분하다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했지만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산은은 이같은 노조의 행위가 ‘매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노조가 제시한 매각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동종사(조선업) 매각 반대, 분리매각 반대, 해외매각 반대, 일괄매각 반대 등”라며 “그대로 한다면 어느 곳에도 팔 수 없고 이는 매각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했다. 관리회사의 매각을 추진할 때마다 반복되는 행태라는 것이다.


지난해 매각 작업에 나섰던 대우건설과 금호타이어 사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1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본입찰에 단독 참여하자 노조는 “헐값 매각” “특혜 매각”이라며 조직적인 매각 반대에 나섰다. 결국 해외부실 문제로 호반건설이 인수를 포기했지만, 노조는 친노조 성향의 여야 정치인을 동원해 산은 경영진을 압박하며 매각작업을 방해했다. 산은과 정치권의 중재로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이 됐긴 하지만, 지난 3월 금호타이어 매각 때도 노조는 ‘해외매각 반대’를 이유로 벼랑 끝 전술을 펼쳤다.

거꾸로 산은이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위해 관리회사 매각에 주저한다는 견해도 있지만 산은은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얘기라고 설명한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시니어 직원들의 경우가 이해관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오히려 관리회사를 빨리 털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기업구조조정을 전담하는 자회사 ‘KDB AMC’(가칭) 설립에 나선 배경 중 하나도 관리회사들의 ‘복지부동’과 ‘도덕적 해이’를 를 해소하려는 시도다. 관리회사들이 산은 우산 속에 남으려는 배경이 ‘회사가 어려워져도 추가로 산은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으며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인 만큼 구조조정 전문가들을 대거 투입해 산은의 구조조정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은 부실기업에 대한 재무개선만 담당하고 사업부문 구조조정은 KDB AMC가 맡는 게 기본 방침”이라며 “이를 위해 산은 출신뿐만 아니라 각 업종에 전문성이 높은 인재들을 영입해 관리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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