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알고 보니 '탄수화물 중독' 이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8.09.02 05:01

[탄수화물에 미치다-②]탄수화물 중독 판정…밥 절반 줄이고 육류·생선·채소 늘리니 포만감↑

편집자주 |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85kg. 28일 지난달 기준 기자 몸무게다. 여기 기여한 건 8할이 '탄수화물'이었다. 밥을 많이 먹었다. 보통 2공기, 맛있는 반찬엔 3공기씩 먹었다. 저녁을 다 먹고도 금세 허기졌다. 빵·과자·라면 등은 '야식'이었다. 빵은 한봉지씩, 과자도 여러봉지, 라면도 여러개씩 한꺼번에 먹었다. 다 먹고 드러누우면 행복했다. 포만감을 못 이겨 졸음이 자주 왔다. 그리고 배고프면 또 탄수화물을 빨아 들였다. 스트레스는 탄수화물 섭취를 더 많이 자극했다.

그러다보니 몇 년째 몸무게가 80kg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신체질량지수(BMI)는 26.68, 비만이다. 살을 빼려고 노력하지 않은 건 아녔다.(☞ [남기자의 체헐리즘]10일간의 다이어트, '뱃살'은 줄지 않았다 참고) 그런데 잘 안됐다. 다이어트에 번번이 실패했다. 운동도 적잖게 했었다. 일주일에 최소 세 번 이상씩, 한 번에 30분에서 1시간씩 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탄수화물 중독' 이란 걸 알게 됐다. 일일 요구 탄수화물 최소량은 100g. 이를 섭취하고도 계속해서 고당질 음식을 억제하지 못하는 증상을 뜻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나온 '탄수화물 중독 자가진단표'도 있었다. 10개 항목 중 8개가 해당됐다. 탄수화물 중독이었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위기감이 느껴졌다. '중독' 이라니. 연애 때 말곤 딱히 뭔가에 중독돼 본 적이 없었다(의식 발언). 건강에 빨간불이 켜질 것 같았다. 대출도 갚아야하고, 가족들 행복도 책임져야 했다. 이대로 벨트에 뱃살이 낑긴 채 살 순 없었다. 넓은 배를 좋아하는 건 반려견 '똘이(하얀색 말티즈, 귀여움 주의)' 뿐이었다. 그 위가 넓다고 자주 올라가곤 했다.

탄수화물을 끊기로 했다. 결심한 건 지난달 27일이었다. 하지만 점심엔 팀회식이란 핑계로 밥을 많이 먹었다. 저녁 메뉴는 소불고기에 김치볶음밥였다. 외면할 수 없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빈 그릇만 놓여 있었다. 결심이 이렇게 빨리 무너지다니, 회의감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저녁엔 운동 다녀오면서 과자를 사왔다. TV를 보며 우걱우걱 먹었다. 마치 누군가 날 조종하는듯 했다.

아침식사로 먹은 단백질쉐이크와 삶은 달걀 하나. 극단적 탄수화물 끊기는 애초에 불가능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이렇게 무너질 수 없었다. 다음날(28일) 아침부터 다시 시작했다. 오전 8시에 출근해 단백질 쉐이크와 삶은 계란 한 알을 먹었다. 탄수화물이 극도로 배제된 식단이었다. 먹지 말아야겠단 생각만 했을 뿐, 어떻게 식단을 짜야할 지 몰랐다. 검색해봤지만 작정하고 준비해야 하는 음식들이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저탄수화물 식단이 필요했다.

전문가 도움을 받기로 했다. 송윤주 가톨릭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탄수화물 자체는 안 먹을 수 없는 영양소"라고 일침을 놨다. 식사에서 반 이상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것. 탄수화물을 끊겠단 생각이 잘못됐단 것이다.

문제는 '균형이 깨진 식사'라고 했다. 송 교수는 "흔히들 바쁘면 '밥만 먹고 가라'고 하는데, 그러면 전체 칼로리가 적어도 탄수화물이 올라가 혈당을 높이는 쪽으로 대사 지표가 바뀐다"고 말했다. 이어 "밥양에 맞게 반찬도 균형을 갖춰 먹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만큼 생선, 채소 등을 먹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이라며 극단적으로 삼겹살, 코코넛오일 등만 먹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재헌 인제대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탄수화물은 2가지로 돼 있다. 밥처럼 곡류로 된 복합 탄수화물과 설탕, 시럽 등 당류"라며 "당류를 억제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조건 밥 줄이고 빵 줄이고 면 안 먹기가 쉽지 않으니 이를 줄이는 대신에 여러 채소·생선·육류를 충분히 먹어 포만감을 들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와 같은 조언이었다.


탄수화물(밥)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신 채소(치커리, 양상추)와 콩, 닭가슴살 등을 늘린 식단. 탄수화물 섭취를 적게 하면서도 포만감을 지속시켜주는 식단이다./사진=남형도 기자
28일 점심부터 이에 맞춰 먹으려 했다. 구내식당에 가기 전 닭가슴살 통조림 한 캔을 샀다. 2900원을 지출했다.

두 교수 조언대로 밥은 절반으로 줄여 담았다. 국은 가져가지 않았다. 반찬은 알감자 조림과 장아찌. 대신 샐러드(치커리, 양배추, 콩)를 듬뿍 담았다. 드레싱은 뿌리지 않았다. 당류가 담겨 있을까 우려됐다. 그리고 닭가슴살을 샐러드에 넣어서 먹었다. 훨씬 잘 들어갔다.

탄수화물을 절반으로 줄였음에도 든든했다. 단백질로 보완한 덕분인 것 같았다. 보통 밥을 절반만 먹었을 땐 2시간 정도면 허기졌었다. 하지만 식사를 12시에 마치고, 오후 4시 정도가 될 때까지 배고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탄수화물을 지키면서도 포만감을 채우는 식사였다.

탄수화물(밥)을 줄이고 단백질(닭갈비, 삶은달걀)과 지방(고기말이)을 늘린 저녁식사. 삶은 달걀은 부장 협찬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저녁 식사도 탄수화물(밥)은 절반으로 줄였다. 대신 단백질(삶은 달걀, 닭갈비)은 늘리는 방식으로 식단을 짰다. 그러자 포만감이 지속되는 시간이 길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을 먹은 뒤 밤에 공복이 됐을 때가 고비였다. 밤 10시쯤 되자 허기가 밀려왔다. 평소 같으면 야식으로 해결했을 터였다. 하지만 구연산과 비타민C가 풍부한 한라봉 1개를 먹으며 참았다. 그 뒤로도 식욕이 밀려올 땐 물을 마시며 버텼다.

3일간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며 힘든 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회식이었다. 지난달 30일 본지 대표와 점심 팀회식이 잡혔다. 장소는 중식당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지방을 늘릴만한 식사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해물짜장면 1그릇, 그밖의 요리(양심상 생략) 등을 먹었다. 의지대로 조절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밤에 배고플 때는 과자나 초콜릿 등을 먹었었는데, 대신 한라봉을 먹는 것으로 바꿨다./사진=남형도 기자
또 하나는 신경이 곤두서는 거였다. 탄수화물을 줄인 첫날, 옆쪽에 앉은 부장이 "오늘 예민하다"고 했다. 기가 빨린다고만 생각했지, 미처 느끼지 못한 부분이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는 건 안하는 게 낫겠다"고 조언했다.

강재헌 인제대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를 '탄수화물 금단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들면 처음에는 신경질적이 되고, '금단 현상'이 있다"며 "1~2주 정도 지나면 덜하다"고 말했다. 이어 "탄수화물이 기본적으로 우리 몸을 움직이는 기본 연료기 때문에 갈망하게 되는 것"이라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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