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거리에서 수험생들이 컵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사진=뉴스1
'고단백 저탄수화물 식단'은 건강한 식단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건강에는 돈이 든다. 상대적으로 비싼 고기와 야채를 구입하기 힘든 이들은 저렴한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내몰리고 있다. 식단의 차이는 건강격차로까지 이어진다.
"고기, 야채? 비싸서 못 먹어요"…탄수화물·단백질 격차↑
지난해 12월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TV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 샐러드, 육류 등 신선식품에 대한 수요는 30대 이상 중산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연령과 소득에 따른 식사의 질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한 신선식품 배송업체 관계자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매출도 늘고, 업체도 많아지고 있다"며 "주된 고객은 직장인이나 사회활동이 활발한 30~40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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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소득별 식단 차이…건강격차로 이어져
식습관의 차이는 건강 격차로 이어진다.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7 비만백서’에 따르면 비만율은 소득이 낮을수록 높이지는 경향을 보였다. 소득과 재산이 반영된 건강보험료 분위와 비만율을 대조하면 소득이 낮은 1분위의 고도비만율(체질량지수 30∼35)은 5.12%로 전체에서 가장 높았다. 반면 고소득층인 19분위는 3.93%를 기록해 가장 낮았다.
세대별 차이도 두드러진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성인 비만율은 30.65%다. 조사 대상 연령대 가운데 전체 평균 비만율보다 높은 연령대는 50~59세(32.22%), 60~69세(34.89%), 70~79세(34.02%)로 중·장년층에 속했다.
연령·소득 맞춤형 영양 대책 없어…"식품 쿠폰, 건강식품 보급 등 고려해야"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3동 주민센터에서 이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저소득 결식아동을 위한 '건강한 여름나기 영양꾸러미'를 만들고 있다. /사진=뉴스1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관계자는 "특정 계층이 건강 문제에 취약한 건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 저소득층이나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영양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건 없다"며 "현실적으로 이들에게 직접적인 지원을 해주긴 쉽지 않다. 영양 문제라면 각자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대책을 세우는 게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인 영양 개선 대책을 주문한다. 배고픔을 해소하는 정책에서 나아가 건강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의견이다. 강재헌 백병원 교수는 "독거 가구가 많고, 영양 관련 정보가 적은 노인들에겐 건강한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가격이 비싼 건강식품을 저소득층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식품 쿠폰을 제공하거나 양질의 급식 등을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정크푸드 소비 감소를 위한 정책으로 거론되는 '정크푸드세'(설탕세·비만세 등)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의견을 보였다. 강 교수는 "정크푸드세는 거둔 세금을 반드시 건강식품 보급에 쓰인다는 전제 하에 도입되어야 한다"며 "담배세처럼 금연 정책이 아닌 곳에 쓰일 경우 저소득층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