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르포]"부담 덜었어요"… 무상교복 현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 2018.02.23 04:00

[교복 리폼]① 무상교복 반응 대체로 긍정적…"근본 대책 아니야"라는 지적도

올해 중학교 1학년이 되는 임나래양(정평중·왼쪽)과 나보현양(문정중)이 22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교복매장에서 교복을 입어본 뒤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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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우스 하나로는 부족해서 한 장 더 사고 체육복까지 사니까 40만원이 훌쩍 넘었어요."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서 만난 정다연양(13)은 지난주 부모와 함께 교복을 사러 갔다가 비싼 교복 값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올해부터 과천시가 '중·고등학교 신입생 교복 지급' 정책을 채택한 덕에 정양은 30만원의 교복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정양은 "교복 비용을 지원해주니 기분이 좋다"며 "오늘 친구와 함께 교복 지원금을 신청하러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2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중 현재까지 성남·과천·용인·광명·안양·고양·안성·오산시 등이 올해부터 신입생들에게 무상교복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중학생에 대해 이미 무상교복을 지원해온 성남시의 경우 고등학교 신입생에 대해 올해부터 지원하기로 했으나 시의회와의 갈등으로 보류된 상태다. 지자체별로 대상과 지원금액은 각각 다르지만, 현재 지자체장이 없는 파주시를 제외한 대다수 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추진 의사를 밝혔다.

교복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해온 학생·학부모들은 무상교복 정책이 반갑다며 입을 모았다.

이날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교복매장에서 교복을 구입하던 나보현양(13)의 표정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나양과 함께 교복을 고르던 학부모 김혜진씨는 "첫째 아이 교복을 살 때는 부담이 컸었는데, 이번엔 지원금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고 말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전미경씨(47)도 "아이가 둘이라 교복 비용이 부담이었다"며 "교복 부담을 덜어줄 정책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무상교복 정책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으로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한 불만도 들렸다. 성남시의 한 교복 매장에서 만난 고교 신입생 최병준군(16)은 "고등학교 신입생도 무상교복을 지원한다고 해놓고선 아무 소식이 없다"며 기대를 접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3월 임시회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입생이 아니라서 무상교복 혜택을 못 받는 학부모들은 대안을 찾고 있었다. 이날 오전 과천시민회관에서 열린 '교복 물려주기 행사'에서 만난 김희재씨(55)는 큰 아들의 교복 셔츠를 5000원에 구매했다. 지난주 둘째의 교복을 50만원 가까이 주고 맞추는 '출혈'을 했다. 김씨는 "재질이 좋은 것도 아닌데 교복 와이셔츠 한 장이 6만원 가까이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22일 성남시 의회에서 열린 '교복나눔행사'의 모습. 각기 다른 디자인의 교복들이 걸려 있다. /사진= 유승목 기자

'무상교복'에 대한 만족도는 높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성남시에서 대를 이어 교복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는 "무상교복의 취지는 모두가 동감한다"면서도 "대기업의 독과점으로 가격이 계속 오르는 시장구조의 개선 없는 무상교복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말했다.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은 "지자체에서 교복지원 정책과 함께, 영세 교복업체들이 협동조합을 만드는 등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책을 편다면 결과적으로 교복 가격을 낮춰 세금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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