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 내야하는 600만원"…생리대의 경제학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 2017.09.10 07:55

[세상 밖으로 나온 생리대①]여성 평생 1만6000개 사용…생리대 물가지수 8년새 25.6%↑

편집자주 | '생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인구의 반이 평생 35년, 1년 중 65일 동안 겪지만 언급은 금기시됐던 여성의 고통이 '생리대 파동'을 타고 터져나왔다. 유해물질 검출 논란은 생리대가 지닌 문제의 일부에 불과하다. 비싼 생리대 가격, 생리에 대한 인식, 생리대 변천사 등 생리의 모든 것을 짚어봤다.  

평균 35년, 1년 중 65일, 여성은 생리를 한다. 평생 1만6000개 정도의 생리대를 사용하며 이를 위해 600만원 정도를 쓴다.

여성의 △평생 생리 기간 35년 △생리 주기 28일(1년에 13번) △생리 기간 평균 5일(1년에 65일) △생리대 교체 간격 3시간 △사용 생리대 수 하루 7개(중형6+오버나이트1) △생리대 가격 중형 개당 361원·오버나이트 개당 510원으로 가정하면 여성은 평생 2275일 동안 1만5925개의 생리대를 1년에 17만3940원, 평생 608만7900원을 내고 사용한다.

가격은 국내 생리대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유한킴벌리의 '좋은느낌 스키니핏 하이퍼 울트라 날개 중형' 18개입의 판매가 6500원(개당 361원)과 '좋은느낌 수퍼롱 오버나이트' 10개입의 판매가 5100원(개당 510원)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1년에 17만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특히 경제력이 없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지난해 5월23일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 인상을 예고했을 당시 불거졌던 '깔창 생리대' 논란이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당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는 생리대를 사지 못하는 이들의 고백이 이어졌다. 한 SNS 이용자는 "가난한 한부모 가정에서 살던 친구가 생리대를 신발 깔창으로 대체하더라"는 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저희 학교 선생님이 제자 중 한명이 아프다고 일주일 결석해 찾아갔더니 생리대 살 돈이 없어서 수건 깔고 누워 있었다더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생리대는 부가세 면세 품목이지만, 특정 기업의 생리대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은 왜곡된 시장구조 탓에 소비자들은 면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2009년 88.45포인트에서 2017년 102.86 포인트로 16.3% 상승한 반면 생리대 물가지수는 79.05포인트에서 99.27포인트로 25.6% 올랐다.

생리대 가격은 여러 나라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실제로 여러나라에서 생리대를 사치품으로 분류해 5% 이상의 부가세를 부여한다. 슬로바키아는 생리대를 포함한 여성 위생용품을 공산품으로 분류해 세금 20%, 호주는 소비세 10%, 미국 45개주는 평균 6%의 판매세, 영국은 5%의 부가가치세를 부과한다. 생리대에 세금을 부과하는 나라에서는 해마다 여성들이 생리혈 시위나 과세 중단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생리대를 공공재로 바라보는 인식도 늘고 있다. 케냐는 2004년 이른바 '탐폰세'(생리대에 붙는 세금)’를 완전히 철폐한 데 이어 2011년부터 연간 300만 달러(약 35억원)을 들여 저소득 지역 학교에 생리대를 지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6년부터 개별 회원국이 따라야 하는 부가세 기준에서 탐폰세를 전면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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