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손이 안가요" 생필품 공포에 떠는 소비자들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 2017.08.26 06:25

달걀·닭고기·소시지에 생리대까지…해외직구에 안전한 제품 정보 공유도

대형마트 3사가 최근 부작용 논란을 빚고 있는 릴리안 생리대에 대해 일제히 판매 중단 조치에 들어갔다./사진=뉴스1
달걀, 닭고기, 소시지부터 생리대, 휴대폰 케이스까지… 생필품·먹거리 유해물질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되며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주말을 앞두고 25일 대형마트 등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은 다른 때 보다 더욱 물건을 꼼꼼히 고르면서도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저녁 서울 은평구 한 대형마트를 찾은 강모씨(39)는 "아이가 있어서 평소에도 식품이나 생필품을 까다롭게 고르는 편인데 오늘은 원산지나 식품 첨가물을 더 꼼꼼히 챙겨보느라 장 보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며 "그렇다고 마음이 놓이는 것도 아니어서 물건을 고르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박모씨(28)는 "매일 먹는 닭고기, 달걀부터 반드시 쓸 수 밖에 없는 생리대까지 믿을 게 없다"며 "드러난 것도 많지만 모르고 쓰는 건 얼마나 많을지 생각하니 내 돈을 내고 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하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유럽에서 햄·소시지 등으로 인한 E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급증했다는 소식에 따라 수입·유통 중인 가공육 제품에 대한 검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시중에 유통 중인 달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데 이어 햄·소시지까지 먹거리 안전 논란이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 23일엔 경북도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경북지역 양계농가 두 곳에서 '디클로로 디페닐 트리클로로에 탄(이하 DDT)'에 오염된 닭이 출하돼 도계 됐다고 밝혀 닭고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도 불거졌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달걀 매대에 생산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증명서가 붙어있다. /사진=남궁민 기자
최근 제기된 유해물질 논란은 먹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4일 깨끗한나라는 부작용 논란이 제기된 '릴리안' 생리대 전 제품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한 뒤 부작용을 겪었다는 폭로가 제기됐다. 여성들은 생리 주기 변화·생리통 악화 등을 호소하며 릴리안 생리대의 유해성을 주장했다.

24일 한국소비자원은 30종의 휴대폰 케이스 가운데 6종에서 카드뮴·납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부 제품은 유럽연합 기준치의 9219배에 달하는 카드뮴이 검출되기도 했다.


주부들을 중심으로 한 육아 커뮤니티 등에는 기저귀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게시글도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생리대나 기저귀나 비슷한 소재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생리대가 문제라면 아기들이 쓰는 기저귀도 문제가 있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에 주부들 사이에선 당국이 생리대 조사와 함께 기저귀에 대한 조사에도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영국 유명 유기농 생리대 회사 '나트라케어'의 생리대 제품들이 품절된 모습 /사진=아이허브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불안은 '케미포비아'('화학'을 뜻하는 'Chemistry'와 '공포증'을 뜻하는 'Phobia'의 합성어)로 번지고 있다. 유해물질 논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누리꾼들은 상대적으로 안전기준이 까다롭다고 알려진 해외 제품 정보를 공유하며 대체 상품을 찾아 나서고 있다. 25일 현재 유명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 '아이허브'에선 영국산 유기농 생리대 회사 나트라케어의 8개 제품이 모두 품절된 상태다.

소비자들은 안전한 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당국의 미진한 대응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농림부는 양계농가 전수조사를 발표하며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은 농가 목록을 발표했지만, 난각 코드를 잘못 발표해 수차례 정정해 빈축을 샀다. 한 누리꾼은 "살충제 달걀 정부 발표가 대체 몇 번이나 틀렸냐"며 "신뢰를 줘야 할 정부 말을 믿을 수 없으니 더 불안하다"며 안이한 정부 대응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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