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떠난 홍은동 사저…셀카족 '북적', 부동산도 '들썩'

머니투데이 이슈팀 심하늬 기자 | 2017.05.16 07:00

1년4개월 만에 대통령 배출한 배산임수 '명당'…"돌아올 때도 환영받는 대통령 되길" 주민 염원

문재인 대통령의 홍은동 사저를 찾은 시민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심하늬 기자
"글자 다 보이게 찍어줘!"

문재인 대통령은 떠났지만 홍은동 사저 앞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지자뿐 아니라 서울 관광을 왔다가 대통령이 살던 동네를 찾았다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배경 삼아 기념사진과 '셀카'를 촬영하는 모습이 여느 관광지 풍경 같았다.

문 대통령 취임 6일째인 15일, 당선의 설렘이 가시지 않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사저를 찾았다. 문 대통령 사저는 홍은동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다. 경사가 가파르고 큰길로부터 거리가 1km 정도 돼 걸어오르려면 각오를 해야 한다.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에 내려 100m가량 더 걸어 올라가니 문 대통령이 살았던 빌라가 보였다. 빌라 뒤편에 바로 백련산이 있어 그런지 상쾌한 공기가 서울 도심이 맞나 싶었다.

대통령 내외의 짐을 마저 옮기는 청와대 직원들./사진=심하늬 기자
당선 전까지 이곳에서 1년4개월간 살았던 대통령 내외는 지난 13일 청와대로 이사했다. 이사 이틀 후인 이 날은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남은 짐을 챙기러 집에 잠시 들른 참이었다. 집 주변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청와대 직원들이 분주히 오갔다. 한 직원은 “책이 너무 많아 남은 책을 운반하는 중"이라며 "아직 못 옮긴 짐이 반쯤 된다”고 귀띔했다.

◇유세 도운 이웃 개그맨, 빌라 주민들은 벽 수리도 대통령에게 폐될까 조심
개그맨 이호찬씨가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사진=심하늬 기자
"안녕하세요!" 사저 앞 청와대 직원과 친근하게 인사하는 이호찬씨(27)는 데뷔 4년차 개그맨이다. 문 대통령과 같은 빌라에 산다. SBS ‘웃찾사’의 ‘호찬아’ 코너에서 활약했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 ‘슈퍼문 중앙유세단’에 참여해 문 대통령을 도왔다. 이씨는 "춤추고 노래하며 도움이 될 수 있어 뿌듯했다"며 빌라 1층서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문 대통령과 마주쳐 함께 찍었다는 사진을 보여줬다. 이씨 가족은 지난해 대통령이 이사 올 때와 이틀 전 나갈 때 모두 이사떡을 받았다. 이씨는 "어제 시루떡을 먹고 남은 건 냉동실에 고이 보관했다"며 웃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근처 홍은동 주민들./사진=심하늬 기자
"먼 데서 와서 사진들 엄청 찍어갔어. 사흘 정도는 정신없었지. 주민들은 복잡해서 혼났슈." 하루 6시간씩 백련산에서 소일하며 앉아 있는다는 정모씨(83)는 문 대통령과 같은 빌라에 산다. 그는 "대통령이 인상 좋고 산에 매일 다녔다”고 기억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빌라 외관을 수리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TV에 비춰지는 집이 너무 허름하다는 지적에서다. 문 대통령이 살던 빌라는 지어진 지 15년 돼 외벽에 거멓게 자국이 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저 외벽. 빗물이 흘러 거멓게 자국이 나 있다/사진=심하늬 기자
정씨는 "주민 대부분이 세입자이거나 자식한테 용돈 받아 사는 노인이라 지붕, 외벽 수리를 여태 못했다"며 "대통령 덕에 집이 TV에 많이 나오니 다들 '진작 고칠 걸' 후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와 외벽이라도 번듯해지면 대통령이 해줬다는 말이 나올까봐 주민간 의견이 분분하다고 정씨는 전했다. "대통령이 집을 안 팔았는데. 대통령한테 폐 끼치면 안 되잖아."

홍은동 주민 김씨와 반려견 희망이./사진=심하늬 기자
문 대통령의 사저 앞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동네 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김모씨(63)는 선거 다음날 반려견 희망이와 함께 산에 오르다 문 대통령을 마주쳤다. 김씨는 "산책하다가 (문 대통령과) 얘기를 나눴는데 그 분(대통령)도 동물을 좋아해 정이 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남 양산에 살던 반려묘 '찡찡이'를 청와대로 데려왔고 유기견 '토리'도 입양키로 했다.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김씨는 "돌아오실 때도 환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짧게 한마디를 남겼다.

◇대통령 배출에 '배산임수' 한몫?…부동산 문의 늘어

"여기가 명당은 명당이야."

문 대통령 자택 근처를 지나던 주민 정모씨가 말했다. 앞에는 하천(홍제천), 뒤에는 산이 있으니 '배산임수' 명당이라는 얘기다. 정씨는 “예전부터 이 지역이 용이 틀어 앉은 명당이라는 소리가 있었다”며 “모르긴 몰라도 대통령도 선거 전에 이런 걸 다 알아보고 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주민 홍모씨도 “벼슬 못한 사람은 여기 오면 벼슬하고, 애 못 낳는 사람은 여기 오면 애 낳는다는 말이 있었다”며 동조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동네 부동산 문의도 크게 늘었다. 문 대통령 자택 근처에서 13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모씨는 "어르신들이 예전부터 산수가 좋다고들 했다"며 "(문 대통령 당선 후) 매물 나온 거 있냐고 찾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현재 매물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살던 빌라는 총 88가구로 최근 시세는 3억2000만~3억5000만원 정도다. 전용면적은 84㎡로 실평수는 25평이다. 김씨는 "도심이 가까우면서도 알려져 있지 않던 조용한 동네였는데, 살기 좋은 동네가 대통령 덕분에 많이 알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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