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쏟아붓고도…저출산대책 왜 실패했나

머니투데이 세종=조성훈 기자 | 2017.02.27 03:30

[소비절벽을 넘어라] <7>-①정책적 수사 벗어나 선택과 집중, 아동수당 등 강력한 대책 시행해야

편집자주 | 한국경제가 새해 거대한 변화의 파고에 직면한다. 바로 인구절벽과 이에 따른 소비절벽이다. 인구절벽은 15세부터 64세까지 이른바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인데 올해가 그 원년이다. 전문가들은 2012년 이후 시작된 2%대 저성장 기조가 인구절벽으로 고착화될 수 있으며 특히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한국경제에 소비침체와 복합불황을 몰고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저성장의 늪에 갇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는 일본현지 취재를 통해 소비절벽의 원인과 현주소,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해본다.

【서울=뉴시스】전진우 기자 =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출생·사망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총 출생아 수는 40만6300명으로 전년보다 3만2100명(-7.3%) 줄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은 1.17으로 전년의 1.24명에서 0.07명(-5.6%) 줄었다. 618tue@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그에 따른 소비절벽은 향후 대한민국을 초저성장 구조의 복합불황으로 몰고갈 가능성이 크다. 노령화의 경우 인구자체가 주는 것은 아니고 경제활동도 지속될 수 있지만 저출산은 절대인구가 줄어들어 우리 경제에 엄청난 부담을 지운다. 따라서 출산율 제고와 생산가능인구 확대를 국가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비상대응에 나서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 고령화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10년 이상, 3차례에 걸친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통해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출산율은 악화일로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6년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7년만에 최저치였다. 출산아수는 40만 6300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정부가 2015년 10월 공개한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따르면, 첫 해인 2016년의 합계출산률은 1.27명, 출생아수는 44만 5000명이 되어야한다.

그런데 도리어 합계출산률은 -0.1명, 출생아수는 4만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에만 저출산 예산으로 21조원 이상을 투입했는데 허공으로 날린 셈이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2016년 출생통계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초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해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대책을 보다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이 총체적 실패라는 비판을 자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지난 10년간의 저출산 대책에대해 △ 저출산과 고령화가 뒤섞여 정책목표가 일관되지 못했고 △단기·미시 대책 위주의 근시안적 접근을 취했으며 △ 13개 부처대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 실효성이 떨어지고 관성화됐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05년 발표된 1차 대책에서 출산, 양육에 유리한 환경조성 및 고령사회 대응기반 구축이라는 목표에 따라 19조 7000억원을 투입해 영유아 보육, 교육비 지원, 방과후 학교확충, 육아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2010년 2차 저출산 고령화 대책은 점진적 출산률 회복에 초점을 맞춰 결혼과 출산, 양육부담 경감과 일·가정양립 일상화 등에 60조 5000억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1, 2차 대책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저수준 출산률을 벗어나지 못하자 3차 대책에서는 기본계획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청년층의 결혼을 유도하고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미시적현상적 접근에서 탈피해 통합적이고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따라 교육개혁과 청년일자리 대책, 주거대책 등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투입된 예산만 21조 4173억원이고 5년간 108조 4000억원이 투입된다.


문제는 여전히 정책 목표가 일관되지 못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예컨대 고령화 대응책에 언급된 '사회통합적 외국인력활용'이나 '중장기 이민정책 수립' 등은 저출산 해소에 필요한 양질의 일자리를 줄여 저출산을 되레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있다.

저출산대책에 포함됐던 청년 해외취업 촉진이나 가족에 대한 사회적 포용성 제고, 적성능력중심 교육체계 개편 등 일부 과제는 저출산과 별 관련이 없다는 지적에따라 제외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3차례 저출산대책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뒤섞여 혼란스럽고 부처의 실행과제들을 망라해놓은 식"이라면서 "다양성 면에서는 장점이 있으나 부처별 끼워넣기식 대책으로 오히려 선택과 집중이 어렵고 쓸데없이 예산만 늘렸다"고 지적했다.
5일 낮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대구에서 열린 '건강한 모유수유아 선발대회 제11회 대구대회'에 참가한 아기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엄마품에 안겨 있다. 2016.7.5/뉴스1 <저작권자 &#169;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정책적 수사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선택과 집중, 분리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막연한 청년고용율 제고보다는 정규직 비율을 높여 결혼을 유도하고, 남성육아휴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뒤늦게 심층평가에 나서 저출산 대책의 옥석가리기를 하고 있다.

아동 성장기 전체에대한 기초 양육비용을 보장할 '아동수당' 도입이나 육아휴직급여 현실화와 남성의무할당제,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전환 등 강력한 대책 필요성도 제기된다. 기존 저출산고령화위원회 체계를 재정비해 실질적인 정책수립과 집행, 조정이 가능한 콘트롤타워 필요성도 언급된다.

최근 정부 저출산대책 평가를 진행한 국회예산정책처 김수옥 사회사업평가과장은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정부정책 뿐아니라 사회와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인식전환, 일가정양립을 위한 문화의 개선 등이 필요한 국가적 과제"라면서 "그동안 정부대책을 보완하는데 앞서 육아나 보육수당, 교육예산을 확대하기위한 사회적합의가 필요하고 부처간 정책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콘트롤타워도 재정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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