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스승, 朴대통령의 우병우 수석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6.08.01 05:50

[the300] [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납세 실수 문제로 '정치적 스승' 떠나보낸 오바마…문제는 '개인'이 아닌 '자리'


2009년 1월8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새 행정부 백악관에 CPO(성과관리책임자)직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예산 낭비를 감시하는 자리였다. 초대 CPO엔 낸시 킬퍼 전 재무부 차관보를 지명했다. 킬퍼는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1월20일 백악관에 입성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도 안 돼 킬퍼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2월3일 토미 비토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킬퍼가 자신에 대한 임명 철회를 요청했다"며 "우리는 그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킬퍼가 백악관 고위직에서 물러난 건 단 100만원의 세금 체납 때문이었다. 그것도 10년도 더 된 일이었다. 1995년 자신이 고용했던 가정부에게 실업보상세를 주지 않아 자택으로 946달러(105만원)의 차압이 들어갔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은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세금 제도와 자발적 신고에 기반한 납세 시스템 탓에 실수에 따른 세금 미납이 적지 않다. 그러나 한낱 실수였더라도 정부의 예산을 감독하는 인사의 세금 체납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당시의 여론이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시련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킬퍼의 사임이 발표된 뒤 불과 몇시간 후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엔 톰 대슐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 대한 보건부 장관 지명을 철회했다. 역시 세금 때문이었다. 재야 시절 민간업체로부터 제공받은 법인차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은 게 문제였다. 대슐은 법인차를 이용하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인사검증팀에 이를 털어놨다. 그럼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그에 대한 지명을 강행했다. 대슐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인데다 의료 분야 전문가로서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과제인 '의료보험 개혁'의 최적임자였다.

대슐의 탈세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감쌌다. 고의가 아닌 실수였을 뿐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여론은 달랐다. 뉴욕타임스는 칼럼을 통해 "대슐의 탈세가 고의는 아니더라도 미국의 세금 제도는 자발적 신고에 기초하고 있다"며 "만약 대슐의 탈세를 용인한다면 이는 국민들에게 매우 좋지 않은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의 포화를 이기지 못한 대슐은 끝내 자신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 줄 것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슬프고 유감스럽지만 그의 결정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29일 닷새간의 여름휴가를 마치고 1일 업무에 복귀한다.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은 박 대통령의 휴가에 맞춰 25∼27일 사흘간 휴가를 보낸 뒤 28일부터 정상 근무 중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지만 우 수석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엔 변함이 없다. 휴가 중인 28일 우 수석이 검증한 이철성 경찰청 차장을 신임 경찰청장에 지명한 것은 그 방증이다. 우 수석 역시 현직에서 자신에 대한 의혹들을 적극 소명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킬퍼와 대슐이 물러난 것은 의도적인 탈세가 아니었더라도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 자체가 오바마 행정부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어서였다. 대슐은 법인차를 쓸 경우 세금을 내야 한다는 걸 몰랐지만 고의였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 수석의 경우 만약 가족 소유 회사의 명의로 리스된 고급 외제차를 가족들이 이용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세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법인리스는 리스비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세금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일반인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정과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의 자리라면 다르다. 킬퍼가 세금 100만원 때문에 백악관을 떠난 것도 그가 하필 예산을 관리하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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