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만 보고 달린 대한민국, ‘진짜 선진국’ 되려면…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세종=정혜윤 기자 | 2016.06.20 03:22

[OECD20년 대한민국, 선진국의 길]<2>-②본지 자문그룹 50명 설문조사 분석…“정치·사회·문화도 동시에 발전시키고 삶의 질 더 높여야”

편집자주 |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수출 세계 6위, GDP 규모 세계 11위 등 경제규모나 지표로 보면 그렇다. 이미 20년 전 선진국 클럽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횡행하는 시대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과연 선진국일까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20년 동안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모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넘어섰다. 독일, 중국 등에 이어 세계 5위권이다. 국내총생산(GDP)은 1558조6000억원으로 세계 11위다.

1인당 국민소득(GNI)도 2만7000달러로 선진국 진입 관문으로 여겨지는 ‘3만 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외형적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다수의 경제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아직은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선진국으로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까.

◇ 대다수 전문가들 “한국 아직 선진국 아니다”= 19일 머니투데이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50명의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68%(34명)가 ‘경제지표만 보면 선진국에 근접했으나 제대로 된 선진국으로 보기 어렵다’고 응답했다.

또 ‘개발도상국을 벗어난 중진국’이란 답변은 10명(20%), ‘선진국과 거리가 먼 후진국’이라는 응답은 5명(10%)였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부문에서 선진국’이라는 응답은 단 1명(2%)에 불과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우리나라가 아직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가 되지 못했다고 평가한 셈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아닌 이유로는 ‘정치와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미흡하다’라는 응답이 21명(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민·공동체 의식과 소통부재(32%) △낮은 삶의 질과 국민행복도(8%) △심각한 빈부격차(6%) △기타(2%) 순으로 집계됐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가입했고 일부 경제지표만 보면 선진국 같지만 우리나라는 정치, 사회적 측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가 경제규모로는 10위권이라고 하지만 시민들의 의식수준과 행동규범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30위권 정도로 봐야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사회적 자본, 법치주의, 부패 수준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될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 진정한 선진국되려면…‘삶의 질’과 ‘시민의식’ 업그레이드 필요= 진정한 선진국의 필요조건으로는 23명의 응답자가 ‘경제와 정치, 사회, 문화의 균형적 발전’을 손꼽았다.

이어 ‘법과 원칙을 중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응답이 13명, ‘높은 1인당 국민소득과 안정적 성장기반’을 선택한 응답이 8명, ‘국민들의 합리적 사고와 다양성 존중 문화’가 4명, ‘혁신 등을 통한 세계시장 선도’가 2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어떻게 해야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응답자가 1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치개혁과 시민의식 업그레이드(16명) △신성장동력 등 미래비전 확립(7명) △투명한 사회시스템 구현(4명) △공정한 성과평가 시스템 구축(4명) 순으로 집계됐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이를 통해 기업소득을 늘릴 수 있는 이른바 ‘분수효과(Fountain effect)’ 방식으로 성장전략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법제도와 규정을 준수하는 시민의식을 함양해서 경제주체간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우용 한국폴리텍대학교 이사장은 "원칙과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문화와 엄정한 법질서 구현, 타협과 사회적 합의를 존중하는 높은 시민의식 등을 통해성숙한 문화를 가치로 하는 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는 노동개혁= 응답자들은 당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될 과제로 노동개혁(17명)을 손꼽았다. 이어 △기업 구조조정(11명) △저출산·고령화(10명) △4차 산업혁명 대비(8명), 시민의식 강화(3명), 통일대비(1명) 순으로 응답자가 많았다.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부총리)은 “기업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있으면 단기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빠르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나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로 인해 중간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고액 연봉자 임금인상 자제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서 이를 2·3차 하도급 업체 처우개선에 활용해 청년들이 가고 싶은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잠재성장률이 2%대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가 줄면 선진국 진입이 더 어려워진다”며 “청년들이 미래 불확실성과 경력단절로 혼인을 미루는 현상이 지속되지 않도록 경제정책 우선순위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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