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9일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과 관련된 다양한 견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필요한 부분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토 대상이 될 제도로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포이즌필'(Poison pill)이다. 포이즌필은 적대적인 M&A에 대응해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제도로 꼽힌다.
실질적으로 적대적 매수자를 뺀 모든 주주들이 신주를 취득할 경우 적대적 매수자가 지배권 취득을 위해 갖고 있던 주식이 희석돼 물러설 수밖에 없다. 포이즌필 제도가 도입돼 있었다면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저지하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높다.
포이즌필은 미국이나 일본, 프랑스,캐나다 등 선진국에도 이미 도입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IMF사태가 터진 이후 포이즌필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에는 '한국형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이 추진되기도 했다.
법무부는 당시 "신주인수선택권 도입은 투기적이고 가치파괴적인 '먹튀형' M&A로부터 기업과 주주를 보호하고 기업이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투자·생산활동에 전념케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실제로 소버린, 헤르메스, 칼아이칸 등 해외투기자본이 한국 대기업을 공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고 빠져나간 바 있어 제도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소수의 지배주주의 사익추구에 악용될 수 있다"고 반대했고 제도 도입은 결국 무산됐다. 경영을 잘못해도 경영권을 보장해 줌으로써 재벌 세습에 이용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번 삼성-엘리엇 사건을 계기로 포이즌필 도입 필요성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번 사건이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투기자본의 문제점이 공론화 된 만큼 사회적으로 재논의하기에 적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도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이번 사건으로 줄어들었을 것"이라며 "포이즌필 도입 논의가 활성화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