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공천만 잘했으면 내가 감히 못나왔다"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 2015.04.30 19:20

[the300]4.29 재보선 화제 "20대 총선 호남 전역서 후보 낼 것"

4.29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재입성한 천정배 의원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눈에 안약을 넣고 있다 2015.4.30/뉴스1

"(광주 광산을) 권은희 의원 정도면 괜찮다. 새정치연합이 공천을 약간만 잘 했으면 내가 못 나왔을 것이다."

광주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된 것은 지난 4.29 재보선의 상징적 장면이다. 수도권을 떠나 호남에서 제2의 정치인생을 모색한 그는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광주광산을에 도전했다. 그러나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지도부는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출신 권은희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당시 천 의원은 출마를 접었고 권 의원이 국회에 입성했다.

30일 국회 등원길에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천 의원은 자신의 승리와 새정치연합의 패배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약간만 공천을 잘했다면 달랐을 것"이라 말했다. 지난해 일을 들며 "논란이 있지만 권은희 의원 정도면 양심적 공무원으로 괜찮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광주서구를 비롯, 보궐선거 지역 중 인천을 제외한 서울 관악구(관악을)와 성남 중원구는 오랜기간 야당의 아성이다.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전략공천도 거론됐지만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지도부는 경선을 통한 정공법을 택했다. 천 의원은 이 경선에 응하지 않고 탈당, 무소속 출마했다.

천 의원은 "3곳 모두 지역위원장이 공천을 받았다"며 "그분들을 폄하하려는 게 아니지만 당내 기득권은 갖췄더라도 시민들에게 내놓기에 신망이 없었던 것"이라 말했다. 또 "참신한 인물 하나만 공천했어도 내가 어떻게 나갔겠느냐"고 말했다.

4.29 재보선 결과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근거지에서 지지를 잃고 있음이 드러났다. 당이 서구을에 공천한 조영택 후보 득표율이 30% 못 미치는 것에 "충격적"이란 당내 반응도 있다. 이는 호남 정계개편 가능성과 맞물려 내년 총선을 앞둔 주요 이슈가 됐다.

호남 독자세력화에 나선 천 의원은 "다음 총선까지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 경쟁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되면 광주의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자기가 살아남기 위해서도 변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게 제가 기대하는 바"라고 말했다.

현재 광주 8석을 비롯, 전남북을 합한 호남 지역구는 30곳이다. 이곳 모두에 새정치연합과 경쟁할 후보를 내겠단 것이다. 신당 창당론에는 선을 그었지만 야권 신당으로 추진중인 '국민모임'에는 합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4.29 재보궐선거 광주 서구을 무소속 천정배 당선자가 30일 오전 서구 금호동 풍금사거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천배를 하고 있다. 2015.4.30/뉴스1

화제의 주인공이 되면서 천 의원의 임기 첫날은 꽤 분주했다. '큰절' 당선인사. 5.18 묘역참배에 이어 10여군데 라디오방송 인터뷰에 응했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항공편으로 상경했다. 오후 3시30분발 KTX를 타고 광주로 돌아갔다. 퇴근길 지역주민들에게 당선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재보선에서 일으킨 바람이 내년 총선에 태풍이 될지, 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반짝 관심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그는 18대 국회의원이던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던진 뒤 4년만에 5선 의원으로 국회에 복귀했다. "고향집에 돌아온 것 같다"면서도 "초선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천 의원과 문답.

-새정치연합의 '0대 4' 재보선 결과를 어떻게 보나.
▶질 수 없는 선거였다. (오히려) 내가 아쉽다.

-본인이 생각하는 당선 이유는.
▶광주민심을 대변한 결과다. 전면적 변화를 요구하는 민심을 대변했다.

-2위 후보와 격차가 적지 않다.
▶선거기간에도 20% 정도 격차를 느꼈다. 그 결과는 정확한 여론이라고 본다.

-천 의원이 주장하는 호남정치가 지역주의 부활이란 반론도 있는데.
▶지역주의나 패권주의적 지역감정 조장으로 보는 것은 전혀 맞지 않다. 호남의 소외와 낙후가 심각하다. 이렇게 낙후되고 차별받는 지역이 정당한 권리를 갖자는 것이다. 호남정치를 지역주의로 보는 것은 (일제가) 독립운동가를 불량선인(불량한 조선인)으로 부른 것과 비슷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
▶국민에게는 비전을 잃고, 내부에선 계파·패권주의에 취해 있다. 그 계파 정치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분이 최대 계파 수장이자 당대표, 지난 번 대선후보이자 지금도 대권주자 지지도가 가장 높은 문재인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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