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턴 경력보다 '샌드위치 장사' 경험자를 원합니다"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5.02.26 06:30

[스타트업 취업방정식]③하우투메리

편집자주 | 구글 못지 않는 복지와 함께 청년들의 열정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여러 스타트업의 취업 방정식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영업직 신입사원 홍성환씨(25)는 성균관대(휴학), 토익 910점, 공모전 수상 2건, 자격증 3건 등의 스펙을 갖췄지만 서류에 적지 않았다. 회사에서 요구하지 않아서다. 홍씨는 "면접에서 스펙을 묻지도 않았다. 1달 동안 샌드위치 장사를 해본 일 등 주로 경험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결혼 준비 플랫폼 스타트업(초기기업) 하우투메리가 서류에서 요구하는 것은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경력(경험) 사항이 끝이다. 경력란에 회사 이름도 필요없다. 실제로 수행한 직무나 프로젝트 내용, 사용한 기술 등만 요구한다. 대기업 인턴 등 소위 스펙용 경험은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의 관심 분야와 동떨어졌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주상돈 하우투메리 대표(31)는 "소위 명문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학습능력을 발휘하는 인재들이 많다"며 "지원분야와 관련된 경험이 있는지, 인생에 절박함이 있는지 등 지원자의 스토리를 통해 잠재력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고 이를 위해 경험과 경력을 쌓아야 신입 지원자들이 돋보인다"며 "스펙으로 경쟁하려면 답이 없다. 모두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소한 경험, 소규모 회사 경력 등 조직 규모와 상관 없이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을 수행하고 배웠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면접 때 "어떤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해결한 경험이 있는가", "행복하게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가" 등을 질문하는 이유다. 신입 초봉은 직무와 연봉 협상에 따라 다르나 평균 4000만원 정도다.

면접 과정도 독특하다. 회사 대표가 지원자를 대상으로 1차 면접을 본다. 지원자가 면접관이 되는 것. 대표가 회사의 비전, 가치, 복지제도 등을 지원자에게 어필하는 시간이다. 지원자가 '합격' 통보를 내리면 지원자의 잠재력을 판단하는 2차 면접이 진행된다. 면접은 회사 근처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약 2시간 동안 진행된다.

하우투메리의 복지제도와 조직문화는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식 나눔'이 대표적이다. 매주 한 번 점심시간에 최근 본 다큐멘터리, 책 등 무엇이든 상관없이 자신이 배우고 느낀 것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시간이다. 강의나 프로그램 등 교육비는 1인당 300만원 이내로 지원한다. 단 횟수에 제한은 없다. 도서구입비, 교통비, 기기 등 업무 관련 비용도 전액 지원한다.


경력직의 경우 워킹맘이나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를 우대한다. 하우투메리가 결혼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결혼 시장을 이해하는 인재가 필요해서다. 출산도 적극 장려한다. 최근 결혼한 강보라미 디자인 총괄이사(30)는 소정의 출산장려금을 지급받고 있다. 개발직 경력 연봉의 경우 최고 8000만원까지 제시하고 있다.

스타트업인 하우투메리가 복지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주 대표는 "지난해 조직문화나 복지 중요성을 몰랐을 때 직원들이 '일 못하겠다'고 선언한 일이 일었다. 3주 동안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당시 주 대표는 매일 직원들이 겪은 불만과 그들이 원하는 회사의 모습 등을 들었다. 한바탕 소동 끝에 회사의 비전을 정했고 이에 따라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복지제도를 만들었다. 지금도 매주 금요일 직원들이 모두 모여 복지제도를 점검하는 회의를 진행한다.

하우투메리는 최근 더벤처스와 다음 창업자 이택경 등이 설립한 엔젤투자 연합체 매시업 엔젤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주 대표는 "현재 하우투메리는 빠르게 성장하자는 전략"이라며 "인재 유치와 관리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하우투메리 임직원/사진=하우투메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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