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품위유지비,1인1법인카드' 스타트업 취직하려면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2015.02.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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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취업방정식]②스쿱미디어

편집자주 구글 못지 않는 복지와 함께 청년들의 열정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여러 스타트업의 취업 방정식을 소개합니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김선애 사원(29)은 교통카드 한 장만 들고 아침 10시 회사에 출근한다. 김씨는 회사에 도착해 구운 토스트에 초콜릿 크림을 발라 아침을 먹는다. 점심시간엔 2만원짜리 보리굴비정식을 회삿돈으로 먹고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회사 내 음료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를 꺼내 마신다. 오후 7시가 되면 퇴근한다.

김씨가 회사에 있는 동안 쓴 돈은 0원이다. 출퇴근 차비 외에 활동은 회사에서 지원해주기 때문. 김씨의 소속회사는 대기업이 아니라 앱 개발 스타트업(초기기업) '스쿱미디어'다.



스쿱미디어는 직원들이 일 이외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최대한 없게 하기 위해 복지를 제공하고 있다. 점심값, 간식 등 사소한 것부터 개인이 요청하면 맥북 에어, 아이패드 등도 사준다. 퇴사해도 반납할 필요가 없는 개인소유다.

특히 서울 강남 압구정동에 사무실이 있었을 땐 기죽지 말고 다니란 의미로 '압구정로데오 품위유지비'를 지급했다. 최근 대치동으로 사무실을 옮겼지만 이 복지제도는 그대로 운영 중이다. 직원이 되면 첫달 30만원, 이후 매달 10만원씩 지원되며 옷과 악세서리, 화장품, 피트니스 센터 이용비 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휴가는 그냥 '구글 캘린더'에 적고 가면 된다. 상사의 눈치나 승인없이 가고 싶을 때 가라는 거다.



배은식 스쿱미디어 선임개발자는 "(복지제도 중) 품위유지비가 가장 마음에 든다"며 "최근에는 개인 돈으로 사면 부담스러울 만한 10만~20만원대 안경을 품위유지비로 마련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신진욱 스쿱미디어 대표는 "점심시간에 가격이 부담스러워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싶어 1인당 1장의 법인카드를 제공, 점심 식사비를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봉도 대기업 못지 않다. 신 대표는 "직원 대부분이 경력직이고 연봉 협상을 개별적으로 하기 때문에 평균 내기 어렵지만 연봉은 대기업 대졸 초봉 이하로 제시한 적이 없다"며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이기 때문에 인재를 뺏기지 않기 위해 1년에 2~3차례 연봉협상을 진행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람인 설문조사한 결과 대기업에 다니는 대졸 초봉은 평균 3089만원으로 조사됐다.


채용시 보는 것은 '포트폴리오'뿐이다. 포트폴리오가 통과되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일감을 주고 받는다. 스타트업 특성상 주변 소개로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고용하고 잘 맞으면 채용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스쿱미디어가 직원으로 채용하고 싶고 지원자도 이를 원할 때 면접이 진행된다. 최종 입사가 확정되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한다. 자기소개서는 과거 경력, 경험과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밝히면 된다. 스쿱미디어의 채용 분야는 IT(정보기술) 개발자와 디자이너, 마케터, 기획자 등이다.

신 대표는 "인종, 학력, 성별 등은 묻지 않는다. 증명사진도 페이스북 사진을 참고하면 된다. 오로지 실력만 본다"며 "신입 지원자도 회사 이메일을 통해 포트폴리오만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와 더불어 채용 과정에서 보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최근 디자이너 분야에서 채용된 30대 여성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인정받았다. 예컨대 그는 디자인 콘셉트 시안을 정할 때 무작정 '콘셉트를 알려달라'는 식이 아니라 여러 개 시안을 제시한 뒤 '이 중 콘셉트에 가장 적합한 게 무엇이냐'는 식으로 소통했다는 것.

스쿱미디어가 스타트업으로서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을 정도로 인재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신 대표는 "지금 행복해야 미래도 안정적으로 구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외제차 타게 해줄게'라는 말보다 현재 해줄 수 있는 복지를 최대한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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