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 이재현 회장을 위한 변명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4.10.23 05:58
가수 문희준이 H.O.T 해체 이후 로커로 변신하자, 광팬 못지않게 안티팬들이 들끓었다. 댄스를 하던 아이돌 가수가 록을 한다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반감이 적지 않았다.

한번은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던 초등학생에게 다가가 “왜 그렇게 날 싫어하니?”라고 물었다. 초등학생의 답변은 ‘…’였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싫은 느낌, 아니 싫어해야할 것만 같은 느낌은 가수 문희준에게만 국한되는 사례가 아니었다.

설탕을 팔던 CJ가 20년 전 문화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 ‘유형’의 물건을 통해 이익의 참맛을 느껴야하는 기업이 ‘무형’의 가치로 생존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허무맹랑하게 들렸다.

게다가 대기업이 문화를 건드리는 일은 일종의 ‘통제’ 개념으로 수용되기 일쑤였다. 핸드폰이나 TV를 만드는 대기업의 성과나 노하우에 대해선 ‘그들만의 유일한 능력’이라며 관대한 평가를 내리기 쉽지만, 문화는 동네 빵집 상권을 건드리는 모양새처럼 ‘약한 자’를 침범하는 횡포로 비쳐지기 쉽기 때문이다.

개별적이고 주관적이며,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문화의 본질적 성향을 감안하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과 독과점은 늘 색안경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화는 성과를 내도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시쳇말로 ‘한심한 산업 종목’이다.

CJ는 대기업의 문화 산업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각종 시선에도 한길을 20년이나 닦아왔다. 90년대 후반, 영화 산업에서 대기업이 잇따라 철수할 때 CJ는 되레 5000억원을 투자했고, 국내 열악한 음악 페스티벌의 활성화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매년 수십억원씩 무모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 ‘마이너스 통장’을 허락한 이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이 회장은 문화산업이 단기간 성과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실무자들이 큰 프로젝트에서 우왕좌왕 해맬 때, 명쾌한 답변과 추진력을 발휘했다.

이익보다 의식을 위해 영화 ‘명량’에 200억 투자를 서슴지 않고, 음악축제 ‘마마’(MAMA)나 ‘케이콘’(KCON) 같은 글로벌 문화산업을 선도하며 해외 시장을 개척한 것도 이 회장의 몸과 마음이 움직인 결과다. 이 회장은 회장실에서 결재서류에 도장을 찍지 않고, 과장급 실무진들과 협의하며 직접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CJ 내부나 업계 관계자, 학계에서 한결같이 내뱉는 말은 문화산업을 바라보는 이 회장의 마인드가 ‘특별하다’는 것이다. 문화산업에 대한 이해도도 그렇고, 이를 실행할 능력이나 자질면에서도 그렇다는 얘기다.

해외로 눈을 잠시 돌리면, 글로벌 문화 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실감할 수 있다.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 텃밭을 일군 CJ의 20년 쌓은 공든 탑이 오너 한 사람의 부재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는 개인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되짚어봐야할 문제다. 그만큼 문화사업은 우리에게 생활이 아닌 생존의 화두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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