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오페라'를 아십니까?…기본 스케일이 '우주전쟁', 로맨스도 필수

딱TV 김준만  | 2014.09.02 10:00

[딱TV]뿌리깊은 미드…'스타워즈'는 어떻게 탄생했나

편집자주 | '밀리터리 덕후' 김준만 - 할리우드 영화와 록 음악에 푹 빠져 사는 ‘피터팬 증후군’ 중증 환자입니다. 밀리터리와 영화 관련 글을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는 것이 樂입니다.

스케일도 거창한 '우주 전쟁'은 기본,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악의 세력에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모험담에는 로맨스도 버무려집니다. 주부들이 애청하는 드라마를 미국에서는 '소프 오페라'(Soup Opera)라고 부르죠. 그래서 이 독특한 장르에 붙여진 이름이 '스페이스 오페라'입니다.



↑ 2004~09년 미국 Sci-Fi 채널에서 방영된 '배틀스타 갤럭티카'. 스페이스 오페라를 현실적으로 진화시킨 성공작이라 생각합니다.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란 SF 장르에 포함되는 문학, 만화, 영화 분야에 한 장르입니다. "'오페라'라는 단어가 들어간다고 음악과 관계가 있는 용어인가?" 라고 생각할 분도 있겠지만,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라 부를 수 있는 SF 소설과 만화 작품들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잡지와 신문을 통해서 활발히 발표됐습니다. 1941년 윌슨 터커라는 작가가 주로 SF 창작 글을 게재하던 대중 잡지에 게재된 글을 '스페이스 오페라'로 부른 데서 유래된 용어입니다.

당시 주부들은 낮에 가사 활동을 하면서 라디오 드라마(주로 로맨틱한 이야기)를 즐겨 들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광고주가 주로 비누 회사인 것을 빗대어 그런 드라마들을 '소프 오페라(Soup Opera)'라고 불렀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멜로와 모험이 복합된 SF 장르를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대개 이 장르의 작품을 보면 배경만 우주일 뿐이지 실제 스토리는 중세 기사나 정통 서부극 등의 내용과 매우 흡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반호우', '원탁의 기사', '로빈 후드' 등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황야의 무법자', 존 웨인의 영화 등 말이죠.

즉 스페이스 오페라란 '우주를 배경으로 권선징악을 모토로 한 모험 활극'이면서 '멜로 드라마의 요소도 들어있는 통속적인 SF 이야기'라고 규정지을 수 있습니다. 특히 스페이스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슈퍼맨과 같은 천하무적의 초능력자는 아닙니다. 일반인들보다 높은 전투 능력을 갖춘 존재로, 뛰어난 지략과 지도력으로 악당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는 스타일입니다.

이쯤에서 영화 제목 한 두 개쯤 떠오를 겁니다. '스타 워즈'나 최근에 개봉됐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정도가 되겠죠. 바로 이런 스타일의 영화들이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로 분류됩니다.


↑ 1977년에 개봉한 '스타워즈' 최초의 작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스페이스 오페라는 SF의 다양한 장르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1970년대에서 현재까지 수많은 영화와 TV 시리즈 등 히트작들을 양산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와 작품들을 살펴볼까요.


1. 벅 로저스(Buck Rogers) – 스페이스 오페라의 시작


↑ 1928년에 만화 주인공으로 처음 등장한 '벅 로저스'


벅 로저스는 1928년 미국 SF 전문 잡지인 '어메이징 스토리(Amazing Stories)'지에 처음 등장한 만화 캐릭터입니다. 작가 필립 놀란(Philip Nowlan)에 의해서 최초로 창조된 이 캐릭터는 대중의 인기를 얻어 여러 작가에 의해 1980년대까지 다양한 잡지와 신문에서 연재됐습니다.

TV가 일반화되지 못했던 1930~40년대에는 라디오 드라마가 전성시대를 구가하면서 벅 로저스의 모험담으로 온 가족이 주말마다 라디오 앞에 모였죠.

벅 로저스는 제1차 세계대전의 미군 참전 용사로 전후에 '미국 방사능 가스 회사(American Radioactive Gas Corp.)'에 근무하면서 버려진 탄광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초자연 현상을 조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방사능에 노출돼 깊은 탄광 지하 갱도 속에서 무려 500년 가깝게 의식을 잃게 됩니다.
지금은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하면 '죽음'을 의미하지만, 당시에는 방사능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허무맹랑한 현상에도 누구 하나 문제 삼지 않았죠.

로저스가 다시 의식을 찾고 깨어난 것은 25세기였습니다. 그가 맞닥뜨리게 된 미래는 강력한 악의 세력이 지구를 정복하고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이었습니다. 로저스는 악의 세력들에 대항해 싸우는 집단에 가담합니다.

1차대전 참전 용사로서 그가 가진 전투 경험과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해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정의의 용사로서 거듭납니다. 이 가운데 20세기 초반이던 당시로써는 상상 밖의 할 수 없는 다양한 첨단 과학 기술과 무기들이 만화에 등장해 당시 SF 팬들에게 인기를 얻었습니다.


↑ 1939년 영화화된 '벅 로저스'의 포스터


1939년에 최초로 영화화 된 후, 세 편이 제작된 '벅 로저스' 시리즈는 기본 이야기를 각색했습니다. 미래 세계에서 깨어난 벅 로저스와 그의 동료 버디 웨이드가 킬러 케인이라는 강력한 독재자가 지배하는 지구를 구하기 위해 천재 과학자의 힘을 빌려 토성으로 날아갑니다.

그 곳의 지배자인 앨더에게 케인을 공격할 군사력과 무기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특징인 행성 간 전쟁 이야기로 접어듭니다.

벅 로저스는 1950년대 이후에는 새롭게 만들어진 SF 작품들의 홍수에 떠밀려서 점차 인기를 잃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조지 루커스의 '스타워즈'가 일으킨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일의 SF영화 붐에 힘입어 1979년에 NBC 채널의 TV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1981년까지 방영된 드라마는 비록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모습을 갖춘 초기 작품으로써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후 등장한 캐릭터들에게 큰 영향을 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 1979년 NBC TV 시리즈 '벅 로저스' 포스터. 디자인부터 코스츔까지 스타워즈 아류작이라는 냄새가 풍깁니다. 하지만 1930년대 버크 로저스 이야기는 스타워즈의 스토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사족이지만 벅 로저스의 '우연한 사고로 500년 동안 잠들었다가 미래 세계에 깨어난다'는 설정은 훗날 마블 코믹스의 캡틴 아메리카의 스토리에 영향을 줬다고 추측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2차대전 전쟁 영웅으로 활약하다가 북극해에 추락해 수십 년 동안 동면을 하죠. 그는 1960년대에 어벤져스에 의해 발견돼 2차대전 참전 기간에 전투 경험과 통솔력으로 어벤져스팀의 지도자가 됩니다.


2. 플래시 고든 (Flash Gordon)


↑ 1930년대 플래시 고든 만화 표지


1935년 미국 작가 알렉스 레이먼드에 의해 만화 주인공으로 탄생한 플래시 고든은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1936~40년 3편의 영화로 제작될 정도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원작에서 그는 예일 대학교를 졸업한 폴로 선수 출신의 훤칠한 미남형 청년입니다. 지구에 엄청난 운석들이 쏟아져 내리던 날, 천재 과학자 한스 자코프 박사와 자신의 여자친구 데일 아덴(Dale Arden) 이렇게 세 사람은 박사의 로켓을 타고 외계 행성 '몽고'로 향하게 됩니다. '몽고'는 플래시 고든의 숙적 '밍(Ming the Merciless)'이 지배하는 행성이죠.

밍은 주변 행성들의 왕국들을 정복하기 위해 야심을 불태우는 포악한 존재입니다. 그때부터 우주의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플래시 고든과 그의 동료의 활약이 시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주변 행성들의 왕국들을 여행하며 밍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입니다.

이 작품은 스페이스 오페라가 가진 특징들을 고루 갖췄습니다. 근육질에 매력적이지만 초능력은 없는 남자 주인공, 행성 간 전투, 우주선과 광선총,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로맨스까지.

실제 플래시의 유일한 사랑은 동행자이자 여자친구인 데일 아덴입니다만 여행하며 알게 된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만남이 흥미거리로 등장하곤 합니다. (훗날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집필하면서 레이아 오르가나 공주의 모델로 데일 아덴을 참고했다는 후문입니다)

플래시 고든이 밍과의 전투를 위해서 여행한 왕국들은 다양한 모습의 문명들로 묘사되는데, 훗날 스타워즈나 마블 코믹스의 작품들에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숲 속 왕국 아르보리아(Arboria), 얼음 왕국 프리기아(Frigia), 정글 왕국 트로피카(Tropica), 수중 왕국 샤크 멘(Shark Men) 등 말이죠.



↑ 1980년 영화 '플래시 고든'의 포스터. 플래시 역을 맡았던 샘 존스는 그해 제1회 골든 라즈베리 상에서 최악의 남우 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영화에서는 플래시 고든을 폴로 선수 출신이 아닌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바꿨습니다.


플래시 고든은 2000년대 접어들어 TV 시리즈와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 방영됐습니다. 1980년에는 전설적인 록그룹 퀸이 영화음악을 맡았던 동명의 영화도 만들어졌습니다. 영화 평론가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괴작' 수준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어쩌면 1930년대 SF 팬들의 눈높이로 만들어진 줄거리를 가지고 무려 50여년 후 영화 팬에게 들이대다 보니 무리가 있었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1930년대 말의 만화 캐릭터였던 슈퍼맨과 배트맨이 영화화돼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를 비교해 본다면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의 역량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 Queen - Flash 뮤직 비디오


↑ 그룹 퀸이 만든 OST에서 '플래시'는 당시 미국 빌보드 팝 싱글 차트 23위에까지 올라갔지만, 영화 흥행은 초라했습니다.


3. 배틀스타 갤럭티카 (Battlestar Galactica)


↑ 2003년 리부트됐던 '배틀스타 갤럭티카' TV 시리즈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1970년대 말에 미국 드라마 제작자로서 명성을 날린 글렌 A. 라슨이 창조한 스페이스 오페라 작품입니다. 만화나 소설이 원작이 아닌 오리지널 작품입니다. 이 제작자가 원작으로 직접 제작해 히트한 TV 시리즈 작품을 보면 우리나라 40대 이상 연령대의 TV 시청자는 매우 반가울 것 같습니다.

그는 '600만 불의 사나이(The Six Million Dollar Man)', '전격 Z 작전(The Knight Rider)'의 제작자입니다. 드라마 600만 불의 사나이에서 느린 동작으로 점프를 하고 커다란 쇠기둥을 집어 던지는 괴력의 사이보그 인간 '스티브 오스틴 대령'은 지금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캐릭터입니다.



△ 추억의 미드 '600만 불의 사나이'(1973~78년)




1977년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Star Wars : A New Hope)'이 대박을 터뜨리자 글렌 A. 라슨은 서둘러서 스타워즈 분위기가 풍기는 일종의 아류작을 제작하게 됩니다. 그 첫 번째 작품이 바로 1978년에 NBC 채널에서 방영했던 '배틀스타 갤럭티카'입니다.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이야기는 스타워즈와는 다릅니다. 자신들이 사는 행성(극 중에 인간들은 지구인이 아닙니다.)을 높은 지능의 로봇인 '사일론'에게 빼앗긴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전함 갤럭티카와 민간 우주선들이 새로운 정착지인 지구를 찾아 떠나는 '스페이스 출애굽기'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 '배틀스타 갤럭티카' 오리지널 시리즈 포스터


NBC 채널에서 무려 14년간(1959~73년) 방영됐고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누렸던 TV 서부극 시리즈 '보난자(Bonaza)'에서 아버지 역으로 출연했던 론 그린(Lorne Greene)이 아다마 함장을 연기했습니다. 전투기 편대를 지휘하는 아폴로 대위 역은 리처드 해치(Richard Hatch)가 맡았습니다.


△ '배틀스타 갤럭티카' 오리지널 시리즈 오프닝





배틀스타 갤럭티카의 이야기는 그 이전의 스페이스 오페라처럼 우주를 무대로 한 영웅들의 이야기와는 다릅니다. 순식간에 사일론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어버린 인간들이 겪는 '고난의 역사'를 다룬 이야기입니다.

1978년에 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는 1980년에 '갤럭티카 1980'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무려 24년이 지난 2004년, 동명의 TV 시리즈를 리부트한 드라마가 미국 유선방송 Sci-Fi 채널을 통해서 방영됐습니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네 개의 시즌이 만들어졌습니다.

오리지널 드라마보다 훨씬 깊이 있는 캐릭터들과 스토리, 선과 악이 모호한 관계 속에서 거미줄처럼 얽혀진 촘촘한 내용의 에피소드 덕분에 배틀스타 갤럭티카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격을 한 단계 올려놓은 수작으로 평가받습니다.


△ 2003년 '배틀스타 갤럭티카' 리부트 시리즈 예고편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인기를 누려온 '스페이스 오페라'는 초인적인 능력을 갖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슈퍼휴먼(superhuman) 장르'와는 달리 좀 더 현실적이고 성인들이 좋아할 만한 장르로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인 슈퍼맨이나 권총을 맞아도 상처가 아물어버리는 X-맨의 울버린 같은 캐릭터가 매력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올해 여름 미국 극장가에서 최고의 히트작이 된 것을 보면 관객의 바람을 가장 잘 충족시킨 캐릭터들과 장르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예고편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9월 2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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