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괴담·유언비어…참사 앞 '관심병 환자'들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 2014.04.23 16:43

[세월호침몰 8일째]유언비어 87건 적발…"표현력 부족한 이들"

(목포=뉴스1) 송대웅 기자 홍가혜(26·여)씨가 21일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있다. 전남지방경찰청은 홍가혜씨가 언론매체와 인터뷰중 "해경이 민간잠수부의 구조활동을 막고 있다. 대충 시간이나 떼우고 가라"는 등 관계기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출판물에의한 명예훼손)로 홍씨를 구속했다. 홍씨는 경찰 조사에서 "소문을 듣고 확인하지 않은 채 인터뷰에서 그대로 얘기했다"며 거짓 인터뷰한 사실을 시인했다. 사진은 홍씨가 전남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있는 모습.2014.4.21/뉴스1
"관심받고 싶었다."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와 그 가족을 모욕한 이들의 '목적'이었다.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앙 앞에 참으로 초라했다. 허위사실로 온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어디에서 들은 이야기"라고 둘러댔다.

"배 안에 생존자가 있는데 해경이 민간 잠수부의 구조활동을 막고 있다"고 허위 인터뷰를 자청한 홍모씨(26)가 23일 구속됐다. 앞서 민간 잠수부 행세를 하며 자신의 휴대전화 2대로 카톡 내용을 지어낸 김모씨(31)도 쇠고랑을 찼다. 경찰청은 이날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악성 유언비어 87건을 적발하고 허위사실을 유포 혐의로 15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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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국은 '자기 과시'= 심리학자들은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행위에는 '자기 과시'와 '관심과 보상'을 추구하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고 말한다.

    공정식 한국범죄심리센터장은 "유언비어를 날조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불만을 현실세계에서 긍정적으로 표현할 능력이 부족한 이들"이라며 "현실에서 소외된 자신의 모습을 가상세계에서나마 관심이나 보상으로 되받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씨의 경우 인터뷰 후 비판여론이 일자 "내가 방송 출연한 게 그렇게 부럽냐? 이러다 나 영화배우 데뷔하는 거 아닌가 몰라"라며 비이성적인 트위터 글을 남기기도 했다.

    허위사실은 거짓으로 판명된 후에도 오랜시간 '루머'로 생명을 유지한다. 사람들은 보통 사건 그 자체는 잘 기억하지만 출처를 혼동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어떤 내용을 실제로 본 것인지 어디에서 들은 것인지 헷갈릴 수 있다는 것.


    홍씨나 김씨처럼 의도적으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내고 유포하는 일은 일반적인 루머 확산과는 달리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외부 비판은 '적'= 세월호 희생자와 그 가족을 모욕한 사례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집단에서의 '인정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된 여학생과 여교사들을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로 지난 21일 경찰에 붙잡힌 정모씨(28)는 평소 여성 비하 발언을 일삼는 일간베스트 회원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 게시물을 작성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극단적인 이야기들은 주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공간에서 발생한다"며 "그 집단의 방향성과 시선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내부인들이 동의하고 인정할만한 내용 가운데 가장 극단적인 것을 택함으로써 관심과 인정을 이끌어 내려는 전략이다. 외부인의 비판은 오히려 '적들의 공격'으로 여겨져 득이 된다.

    이런 행동은 기본적으로 피해자를 향한 죄책감과 공감의 결여에서 나타난다. 강선덕 심리상담사는 "공감능력장애는 자기중심적 공감방법을 사용해 부정적이고 자극적"이라며 "인간관계가 스마트기기의 발달로 가상세계에 종속되면서 나타나는 비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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