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아파트 벽면에 내걸린 대형 광고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내용도 아파트 벽면을 활용한 광고 계약서다. 이 계약서에서 '갑'은 인천 남동구 남촌동로(남촌동) N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고 '을'은 인근에서 신규분양하는 H아파트의 분양대행을 맡은 M사다.
아파트가 아파트를 광고한다. 휑한 아파트 벽면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으면 눈에 띄기 쉬운 만큼 홍보효과도 뛰어나다는 의견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도 위치에 따라 월 200만~500만원의 용돈벌이가 가능하다보니 최근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도 광고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비가 줄어드니 안할 이유가 없다. 계약서에도 나와 있듯이 행정당국으로부터 어떤 제재조치를 받아도 과태료 등 모든 책임은 분양업체가 떠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작은 현수막 수십개 걸어두는 것보다 대형 현수막 1개가 훨씬 효과가 크다"며 "최근 들어 분양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돈이 좀 들더라도 효과가 있는 홍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아파트 벽면 광고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지자체들의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에서 아파트는 옥외광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곳도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벽면 광고는 업체와 입주자대표가 정식 계약을 했더라도 광고물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홍보성 대형 현수막은 아파트 분양광고만이 아니다. 병원의 진료안내 현수막, 전자제품 판매점의 세일안내 현수막 등 무분별하게 난립해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친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효과에 비해 처벌이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불법 옥외광고를 통해 얻는 영업효과에 비해 과태료가 턱없이 적으니 불법 광고물 설치는 계속될 것"이라며 "적발되더라도 100만원 정도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돼 과태료도 광고비라고 여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불법 대형 현수막이 늘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하지만 단속 인원 부족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며 "대부분 신고에 따라 처리를 하다보니 단속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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