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비 月500만원 준다"… 불법 광고의 유혹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 2014.04.08 06:21

[송학주기자의 히트&런] '솜방망이' 처벌, 벽면 옥외광고물 기승

편집자주 | 야구에서 '히트 앤드 런(Hit and Run)'은 글자 그대로 (타자는)치고 (주자는)달리는 작전이다. 누상의 주자를 안전하게 진루시키기 위한 작전으로 야구작전의 '꽃'이다. 타자가 무조건 친다는 전제 아래 주자도 무조건 뛰기 때문에 성공여부가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감독의 타이밍과 타자의 기술, 주자의 발빠른 기동력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성공한다. '히트&런'은 최근 이슈가 되는 '히트'를 찾아 직접 발로 뛰며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갑'의 재정확충을 도모하고 기업체에 홍보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동시에 깨끗하고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과 현수막 게시의 효율적 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중략) 건물 외벽 상단의 현수막 설치와 시설관리는 '을'이 책임지고 이행한다. 광고물로 인한 행정당국으로부터 어떤 제재조치를 받아도 '을'이 모든 책임을 진다."

최근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아파트 벽면에 내걸린 대형 광고 현수막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내용도 아파트 벽면을 활용한 광고 계약서다. 이 계약서에서 '갑'은 인천 남동구 남촌동로(남촌동) N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고 '을'은 인근에서 신규분양하는 H아파트의 분양대행을 맡은 M사다.

아파트가 아파트를 광고한다. 휑한 아파트 벽면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으면 눈에 띄기 쉬운 만큼 홍보효과도 뛰어나다는 의견이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도 위치에 따라 월 200만~500만원의 용돈벌이가 가능하다보니 최근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해당 아파트 주민들도 광고수입이 늘어나는 만큼 관리비가 줄어드니 안할 이유가 없다. 계약서에도 나와 있듯이 행정당국으로부터 어떤 제재조치를 받아도 과태료 등 모든 책임은 분양업체가 떠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작은 현수막 수십개 걸어두는 것보다 대형 현수막 1개가 훨씬 효과가 크다"며 "최근 들어 분양업체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돈이 좀 들더라도 효과가 있는 홍보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 개봉로 인근 아파트 벽면에 대형 분양 현수막이 걸려있다. / 사진=송학주 기자
문제는 아파트 벽면에 광고물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데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벽면 이용 현수막은 대형 점포, 상업·공업지역 내 연면적 3000㎥ 이상 건축물, 전시관 등에서 해당 구청의 허가나 신고를 받고 게시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아파트 벽면 광고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지자체들의 옥외광고물 관리 조례에서 아파트는 옥외광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곳도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파트 벽면 광고는 업체와 입주자대표가 정식 계약을 했더라도 광고물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철거해야 한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등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홍보성 대형 현수막은 아파트 분양광고만이 아니다. 병원의 진료안내 현수막, 전자제품 판매점의 세일안내 현수막 등 무분별하게 난립해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친다는 지적이다.

막대한 효과에 비해 처벌이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불법 옥외광고를 통해 얻는 영업효과에 비해 과태료가 턱없이 적으니 불법 광고물 설치는 계속될 것"이라며 "적발되더라도 100만원 정도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돼 과태료도 광고비라고 여긴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 구청 관계자는 "최근 불법 대형 현수막이 늘어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하지만 단속 인원 부족으로 어려움이 따른다"며 "대부분 신고에 따라 처리를 하다보니 단속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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