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맛집 장인들 모은 '만화 한편의 힘'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4.01.22 05:08

[인터뷰] '식객촌' 개장 앞둔 허영만 화백, "잃어버린 맛과 추억 찾아가 볼까요?"

오는 27일 종로에 종각역 인근에 개장하는 '식객촌' 현장을 둘러본 허영만 화백은 "식객촌이 어떻게 피맛골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장인의 맛을 전할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진=이동훈 기자
"잃어버린 맛을 찾는 것은 추억과 그리움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허영만 화백(67)의 만화 '식객' 2권(진수성찬을 차려라)에 나오는 말이다. 기억은 잊어도 맛은 잊지 못한다는데, 마음이 헛헛할 때 고향음식을 찾는 것도 맛으로 그리움을 달래고자 함이다. 서울 종로구 조선시대 서민들의 애한이 서린 골목길, 맛집 골목으로 더 친숙했으나 청진동 개발로 사라진 '피맛골'에 대한 추억을 음미할 방도가 생겼다. 바로 '식객촌'을 통해서다.

"얼굴도 안 보고 결혼하는 심정이에요. 대체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까, 무슨 색 치마저고리를 입었을까 얼마나 궁금한지 몰라요."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 새롭게 들어선 'GS그랑서울' 지하 1층과 지상 1~2층에는 허영만 화백의 만화 '식객'에 소개된 식당 중 10개 식당이 모여 '식객촌'을 형성, 오는 27일 오픈(그랜드오픈 행사 2월 13일)을 앞두고 있다.

허 화백은 "2000년부터 전국 8도를 돌아다니며 취재를 시작해 2002년 신문사에 연재를 내놓았는데 처음 2개월은 반응이 없어서 마음 졸였던 생각이 다시 난다"며 "이번 '식객촌'도 식객을 바탕으로 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작품이라 생각하니 기대되고 떨린다"고 말했다.

2002년 9월 2일 일간지 일일 연재만화로 시작한 허영만의 '식객'은 이후 27권의 책으로 엮어 출간됐고, 동명 드라마와 영화로도 나왔다. 이제 실제로 그 음식점들이 한데 모여 식객촌을 이루게 됐다. 14년 전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식객'이 발전을 거듭해 '장인의 맛'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됐으니 허 화백의 감회도 남다를 만하다. 마무리 중인 공사현장을 돌아보는 그의 눈빛이 살뜰하고 정성스럽다.

10개 업체가 한 곳에 모이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식객촌의 기획·총괄을 맡은 ㈜플렉스플레이코리아 서대경 대표가 나서 업체별로 열 번도 넘게 만나면서 설득하고 구상했다. 식당 업주들은 허영만 화백이 실제로 관여된 것인지 의심도 했다. 당연하다.


"수하동 영감이 그러더라고. '허 선생 정말 관여하는 거요?' 여기 모인 사람들 전부 한 가닥씩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장인이라고요. 음식에 대한 고집과 자부심이 대단하고, 각자 지켜온 자리가 있는 사람들인데 한 곳에 모인다는 건 도전이죠. 게다가 대한민국 심장인 종로에서 진검승부 하는 건데 다 잘돼야지."

"추위는 잠깐이지만 사진은 영원하니까!" 허영만 화백은 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이었지만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벗고 포즈를 취했다. 직접 코디를 하고 나왔다는 허 화백은 색감에 대한 감각도 뛰어난 패셔니스타였다. /사진=이동훈 기자
10개 업체를 선정할 때 허 화백이 생각을 보탠 것은 두 가지다. 10여 년 전 '식객' 연재를 위해 잠입취재도 하고 조리 비법을 캐내던 당시의 맛이 여전히 살아있는지, 비슷한 메뉴로 식객촌에 들어와 경쟁 구조가 되지 않는지를 우선으로 봤다. 그렇게 입주하게 된 식당이 △참누렁소(han6gam) △수하동 △벽제한우설렁탕 청미 △봉우리한정식 △오두산메밀가 △오뎅식당 △전주밥차 △부산포어묵 △무명식당 △만족오향족발이다.

만화에서 출발해 식당까지. 원천 콘텐츠가 좋으니 다양한 변주를 시도해도 사람들의 공감을 산다. '식객'이란 브랜드는 장인의 손맛에 허 화백의 탄탄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세월을 거듭하며 더 견고해졌다. 이제 식객촌은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세계인들에게 한식을 알리는데도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다. 각 식당의 음식 이야기를 식객 만화에서 발췌해 새로 편집하고 한·중·일·영어 4개 언어로 책도 내고 모바일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허 화백은 "명동과 인사동, 광화문 등 종로 일대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오가잖아요. 여기 와서 음식을 먹으면서 맛에 얽힌 이야기도 검색해 보면 재밌지 않겠어요?"라며 설레는 마음을 한껏 드러냈다.

'맛'과 '음식'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허 화백은 한마디로 '기대감'이라고 말했다. "음식이란 '숟가락 들고 먹기 전까지 어떤 맛일까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도 '백반'이에요. 집에서 엄마가 해주시는 백반은 매일 바뀌잖아요. 백반집에 갈 때도 오늘은 무슨 반찬이 나올까 기대하는 것,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얼마나 궁금하고 기대 되냐고요. 앞으로 '식객촌'도 어떻게 피맛골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장인의 맛을 전할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허허."

'식객'의 전국 8도 맛집 10곳이 집결한 서울 종로구의 '식객촌' 앞에 선 허영만 화백, 식객촌 기획총괄자인 서대경 (주)플렉스플레이코리아 대표, 식객촌 설계자인 양진석 건축가(왼쪽부터). /사진=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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