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차려준 풍성한 저녁밥상, 영혼의 허기를 달래다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4.01.20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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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인태의 詩가 있는 밥상' 100회 기념 콘서트··· 축하공연 이어진 '따뜻한 만찬'

18일 오후 7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오인태 시인과 함께하는 북콘서트'에서 오 시인이 객석을 향해 '시'와 '밥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최부석 기자18일 오후 7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오인태 시인과 함께하는 북콘서트'에서 오 시인이 객석을 향해 '시'와 '밥상'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최부석 기자


"시가 무엇이겠습니까? 시의 본질은 세계의 문제를 모른다 하지 않고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시는 자아와 세계가 동일하다는 데서 시작하는 거죠."

'밥상 시인' '정치 논객'으로 통하는 오인태 시인은 "동일화 정신이 곧 시의 정신"이라며 "이웃의 문제, 세계의 문제를 바로 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7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오인태 시인과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지난해 5월 20일부터 '밥을 같이 먹는다는 건'이라는 제목으로 머니투데이에 연재를 시작한 오인태 시인의 '詩가 있는 밥상'이 100회를 맞아 독자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이다.

또 정성껏 차린 밥상과 함께 연재된 시가 시산문집 한 권으로 출간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오 시인의 미니특강을 중심으로 다양한 축하공연까지 마련된 이 북콘서트에는 문인들과 애독자 등 150여 명이 참여해 시인의 밥상이야기를 경청했다.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가르치던 시인은 공동체 삶의 복원과 둘러 앉아 함께 먹는 밥의 중요성을 깨닫고 상차림을 시작했다. 매주 월·수·금요일 본지에 연재된 시인의 밥상은 간소하지만 건강한 음식들로 마련됐다. 양념이 과하지 않았고,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 고유의 맛이 살아있는 반찬들이었다. 허기진 가슴을 애써 움켜쥐고 살아가는 이 시대 수많은 이들을 보듬고픈 시인의 마음이 그러하지 않았을까. 숟가락 들고 다 같이 한 술 뜨자는 마음.

오 시인의 '시가 있는 밥상'에 대해 전영관 시인은 "영혼의 허기를 채워주는 시인의 밥상"이라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흔한 '밥상'이라는 일반명사가 특별해진 순간" 이라고 했다.

오 시인은 "요즘은 시인의 숫자만큼도 독자들이 남아 있지 않아서 시인끼리 서로의 시를 봐주고 시집을 주고받기도 한다"며 "우리 시의 가장 큰 불행은 시가 노래성을 상실하고 문자만 남았다는 것, 그러다보니 시인들만 향유하는 전유물이 됐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가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고, 인터넷 카페를 운영한 이유다. 또 시인과 독자들이 함께 시 창작 공부를 하는 블로그를 개설했고,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밥상을 차려놓고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까지 발전했다. 그는 "최소한 1만명이 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인은 삶의 진로선택의 전환점에서는 한 결 같이 이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 길을 선택하면 내가 시를 쓸 수 있을까?'. 그에게 우선순위는 항상 '시'였다. 오인태 시인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시로 소통하며 이 시대의 문제와 아픔, 기쁨을 함께 할 것이다.

머니투데이에 연재할 시즌2는 '오인태의 맛있는 이야기'로 꾸려나간다. 그는 "이번에는 밥상은 없습니다만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날 북콘서트에는 바리톤 송현상과 인디밴드 코다파이, 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오카리나 앙상블 '어울새'의 축하공연을 비롯해 권미강, 정숙지 시인의 시 낭송 등 다채로운 코너들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한겨울 혹한도 따뜻하게 녹여주며 허기진 우리네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준 저녁 밥상이었다.

18일 오후 7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오인태 시인과 함께하는 북콘서트'에서 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오카리나 앙상블 '어울새'가 축하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최부석 기자18일 오후 7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오인태 시인과 함께하는 북콘서트'에서 초등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오카리나 앙상블 '어울새'가 축하연주를 하고 있다. /사진=최부석 기자
18일 오후 7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오인태 시인과 함께하는 북콘서트'는 관객들의 허기진 영혼을 채워준 든든한 저녁 밥상이었다. /사진=최부석 기자18일 오후 7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오인태 시인과 함께하는 북콘서트'는 관객들의 허기진 영혼을 채워준 든든한 저녁 밥상이었다. /사진=최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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