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雜s]면접에서 떨어진 여러분께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 2013.11.29 10:52

편집자주 | 40대 남자가 늘어놓는 잡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도 여전히 나도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40대의 다이어리입니다. 몇년 있으면 50雜s로 바뀝니다. 계속 쓸 수 있다면...

"마지막으로 저희들에게 무슨 말씀 좀 해주시면 안되나요?"

머니투데이 기자채용 최종 면접에서 한 응시자에게, 마지막으로 궁금한 거나 하고싶은 말이 없냐고 물었더니 거꾸로 돌아온 질문이었다.
"어떤 말요?"
"저희 요즘 힘들거든요. 떨어지더라도 위로의 말이라도..."

순간 말문이 막혔다. 오죽 했으면 눈앞에서 자신을 'A B C...' 등급으로 재단하고 있는 상대에까지 기대고 싶었을까 하는 짠함에 목울대로 침을 넘기는데 힘이 들었다.

"떨어지더라도 여러분이 부족한 사람이어서 그런 건 아니라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종이 한 장 만큼의 차이도 나지 않는 여러분들 가운데 대다수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게 저희로서도 마음이 아픕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기회가 오겠죠. 설혹 기자가 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길은 많습니다."

고작 이뿐, 길게 해줄 말을 찾지 못했다. 몇 년 뒤면 내 딸과 아들이 저 자리에 앉아서 도전과 좌절을 반복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은 더 오래 멍했다.

면접을 보러 들어온 응시자들의 지친 모습을 읽었던 건 나뿐 아니라 면접을 맡은 다른 데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몇차례, 많은 경우는 수십 번씩이나 떨어지기를 반복해온 시험.
이번에도 면접까진 올라왔지만 최종합격까지 된다는 보장은 여전히 없는 이 자리가 이들에겐 또 다른 고통이었을 수 있다. 다른 응시자가 대답하고 있는 동안 멍 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한 친구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의 눈에선 희망보다는 반복되는 탈락에 익숙해져버린 체념이 읽혔다.

어딜 가나 경쟁률 100대1은 기본이 돼 버린 암담한 취업대란.
떨어지면 또 올리고 떨어지면 또 올리는... 이들에겐 입사 응시 원서가 시지프스의 바윗덩이다.

후배 기자들을 뽑을 때마다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친구들을 심사하고 재단해서 '탈락'이라는 좌절을 안겨줄 자격이나 나에게 있을까"하고 반문하게 된다.

그 좁은 문을 뚫고 대학에 들어가 우리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봉사활동에 사회경험에 해외연수에, 각종 공인 시험성적까지 참 다양하게도 살아왔고, 어디 하나 빠지는데가 없는 젊은이들인데.

전에는 술자리 면접도 치르고 했지만, 뽑아주지도 못할 사람들 밤까지 못 마시는 술에 억지 웃음 짓게 만드는 것도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다.
올해도 700명이 넘는 응시자의 대부분에게 필기시험 기회조차 주지 못했다.
이들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 어쩌고 하는 소리는 힐링이 아니라 킬링이다.

그래도 밥 한 끼 못 사주고 돌려보낸 그들에게 몇 마디라도 보태주고 싶다. 다음 면접땐 참고라도 되라고.

"주눅 들지 마세요. 당신 앞에 있는 사람들도 똑같은 길을 걸어온, 조금 나이든 선배일 뿐입니다. 나중엔 당신들도 누군가를 평가하고 심사할 겁니다.
면접 땐 어깨 쫙 펴고 당당하게 서세요. 우리 뿐 아니라, 여러분들도 회사를 면접하는 자리입니다.

이 회사 아니면 안된다고 학창시절부터 생각했다는 말, 정말 좋은 회사라고 오래전부터 들어왔다는 말 안 해도 됩니다. 다른 회사에서도 그런 소리 반복하다 보면 자신이 초라해지잖아요.

너무 말 많이 하려고, 예쁘게 하려고 하지 마세요. 흠만 잡힐 수가 있어요. 보기에도 어색하고.

지원서나 자기소개서에 회사 이름 제대로 썼는지, 'CTL C, CTL-V' 하다가 혹 다른 회사 이름 그대로 남겨뒀는지, 오자나 탈자 없는지 한번만이라도 다시 읽어보고 나서 내세요. 공들여 쌓아온 탑을 사소한 실수 하나로 무너뜨려 버리는 일, 면접뿐 아니라 앞으로 인생에서도 겪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은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지 모르지만,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여러분의 젊음과 가능성이 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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