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색 입힌 창작뮤지컬로 승부, 마니아 넘어 '아시아' 공략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3.11.13 06:55

[K뮤지컬 리더들]10.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 <끝>

편집자주 | 뮤지컬이 드라마와 K팝에 이어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공연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른 뮤지컬은 아시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관광상품으로서 가능성도 높게 평가받는다. 이에 국내 주요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우리 뮤지컬 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한 그들의 고민을 들어봤다.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서날 대표. 그는 명성황후·영웅에 이을 '위안부'를 소재로 한 우리 역사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사진=이동훈 기자
"업종을 변경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65) 입에서 '업종변경'이라니. 농담조로 던진 말은 그저 너스레가 아니었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영웅'의 연출·제작자로 유명한 윤 대표는 그야말로 대한민국 뮤지컬 1세대로 올 초에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창작뮤지컬 '완득이', 창극 '서편제' 등으로 여전히 일선에서 뛰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원장으로 후학양성에도 힘쓰고 있는 공연·문화계 큰 어른이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생생한 문화현장이고 우리의 현실이기에 더욱 경청하게 만든다.

"한국 뮤지컬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내놓을 만한 진짜 우리 뮤지컬이 뭐냐'고 했을 때는 문제가 심각합니다. 더군다나 커져버린 시장이 외국작품에 다 뺏기겠다 싶다니까요."

윤 대표는 글로벌시대야말로 각 나라나 민족만의 고유문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문화소통이 쉬울 것 같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을 때가 많고, 저속하거나 수준이 낮은 문화는 금방 사라지게 됩니다. 문화가 소멸되면 민족이 소멸되는 거죠. 문화융성은 남의 것이 아닌 우리 것으로 해야 합니다."

이런 그의 생각은 뮤지컬이 한국에 제대로 소개된 적도 없는 30년 전에 이미 형성된 것이다. 그는 1982년 문예진흥원 해외연수로 영국에 가게 됐는데 그때 뮤지컬 '캣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또 워크숍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면서 신기하고 놀랍기만 했다. '세상에 이런 게 있구나, 앞으로 이거 안 하면 큰일 나겠다'라는 생각으로 뮤지컬에 뛰어들었다.

윤 대표가 고집한 건 오로지 '창작뮤지컬'이다. 뉴욕대 대학원 공연학과를 졸업하고 돌아와 한 우물만 파서 나온 것이 우리 창작뮤지컬의 대표작이 됐다. '명성황후'는 1995년 초연 이후 18년째 국내외에서 공연하고 있고, 그 후속작으로 만든 '영웅'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윤호진 대표는
"명성황후 얘기를 했을 때 다들 저보고 '미국 갔다 오더니 미쳤구나, 더군다나 사극을 해?'라고 했어요. 그런데 엄청난 반향이 일어났던 거죠. '영웅'은 중국 현지 라이선스 공연을 만들려고 검토 중이에요. 예를 들면 안중근 대신 모택동 같은 인물로 재구성하는 거죠."

그는 일본과 관련된 우리 역사 뮤지컬 3부작을 완성할 계획이다. '명성황후'와 '영웅'에 이어 현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뮤지컬을 준비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만들어야 하는데"라며 "재일교포인 정의신 극작가와 작업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표는 뮤지컬이 한류의 새로운 중심이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중국·일본에 관한 전문 R&D센터를 만들어 한중일이 공유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할 수도 있는 거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서 아시아권 국가 정서에 맞게 여러 버전으로 공연을 만든다면 충분히 해 볼만 합니다. 이제 마니아층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정말 좋은 작품으로 관객을 이끌어야 할 때입니다."

공연 연출이나 극작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당부에는 그의 뚝심과 고집, 또 우리 뮤지컬계에 대한 조언이 함께 담겨있었다.

"단지 글쓰기를 많이 하는 것보다 인문사회에 관한 풍부한 지식을 기본으로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작품을 빨리 만들려고 하지 말고, 하나의 아이템을 가지고 끊임없이 숙성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표현을 음악으로 해 보는 습관도 필요하고요. 오랜 세월에 걸쳐 완성된 '레미제라블' 같은 대작 하나가 얼마나 오랫동안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나며 시너지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2. 2 "술집 갔지만 술 안 마셨다"는 김호중… 김상혁·권상우·지나 '재조명'
  3. 3 "한국에선 스킨 다음에 이거 바른대"…아마존서 불티난 '한국 세럼'
  4. 4 '말 많고 탈 많은' 김호중의 수상한 처신
  5. 5 스님 얼굴에 후추액 가스총 쏜 90대…석가탄신일에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