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런 곳에 사람이 살까'라는 의구심을 품은 채 단지 입구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이동했다. 먼저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차들이 보였다. 차들을 따라 들어가 보니 시끄러운 자동차 소리와 진동이 느껴졌다.
'역시 사람이 살 만한 곳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 지하주차장을 거쳐 주택가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딴 세상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자동차 소음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주택가 주위로 곳곳에 심어진 조경수들은 작은 공원 안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태어난 후 줄곧 이 주택에 살았다는 지나마리아양(16)은 "창문을 열어놔도 자동차 소음이 전혀 없다"며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조망도 너무 좋고 만족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아파트와 비슷한 모양을 갖췄지만 꼭대기층 높이를 달리해 계단식으로 된 독특한 구조였다. 터널 상부에 위치한 아파트 3개 층은 테라스하우스로 설계됐고 건물 지붕 층에는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정원이 설치돼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공원이 단지 바로 앞에 있었다. 사무실, 식당, 의료시설, 교육시설도 갖췄다. 고속도로 위에 지어진 거주시설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기까지 했다. 독일 내에서도 이 같은 인공지반 위 아파트가 드물어 TV드라마 배경으로도 가끔 등장한다는 게 주민들의 얘기다.
단지 내엔 젊은이들을 위한 컴퓨터·요리·기타 교습시설과 배드민턴·탁구·당구장도 구비됐다. 노인들을 위해선 카드놀이, 패션쇼, 연극 등 다양한 문화활동도 진행하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바라보면 단지 옆면에 'DEGEWO'(데게보)라고 크게 적혀 있는데 독일 베를린에서 임대주택과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주택건설기관 가운데 한 곳이다.
외관상으론 임대주택 가운데 어느 곳이 사회주택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방 1개짜리 원룸형 주택부터 방 5개짜리 대형주택까지 다양하게 사회주택이 섞여 있다. 인근 빵집 주인은 이 단지 중 120가구가 사회주택에서 살지만 누가 사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단지에서 만난 한 부부는 "15년 전 살 때는 방 3개짜리 90㎡ 주택의 월 임대료가 300유로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이 올라 900유로 정도 한다"며 "하지만 주변 다른 주택에 비해선 10~20% 저렴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회주택 입주자는 소득기준에 따라 임대료에 차이가 있어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주변 교통시설이 좋고 임대료도 저렴하기 때문에 서로 들어오고 싶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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