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티유극장에서 만난 <신들의 황혼>

머니투데이 글·사진=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2013.08.15 14:55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에세이]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대작 오페라 공연

편집자주 | <송원진의 클래식 포토 에세이>는 러시아에서 17년간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이 직접 찾아가 만난 세계 유수의 음악도시와 오페라 극장, 콘서트홀을 생생한 사진과 글로 들려주는 '포토 콘서트'입니다. 그 곳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공연과 연주자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화려하고 강렬한 터치로 러시아의 광활한 음악세계를 들려주는 그가 만난 음악과 세상, 그 불멸의 순간을 함께 만나보세요.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광장에 있는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사진=송원진

파리에 가면 꼭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에 들러 오페라 한 두편은 본다. 하지만 또다른 파리의 대표 오페라 극장인 바스티유에는 갈 기회가 거의 없었다. 사실 바스티유 극장의 오페라 티켓 가격이 200유로 이상으로 너무 비싼 탓도 있다.

이번 여름엔 꼭 한번 가봐야겠다 마음먹고 알아보니 당일공연 2시간 전부터는 현장에서 아주 싸게 파는 티켓도 있다고 한다. 비가 많이 뿌리던 날, 오후 6시 공연시간에 맞춰 조금 일찍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으로 향했다.

↑ 당일 티켓 구매를 위해 줄 서있는 사람들. ⓒ사진=송원진

티켓 오피스에 도착해보니 여러 줄이 있었다. 나이 드신 분들이 기다리는 줄, 학생들이 기다리는 줄, 그리고 나 같은 일반인이 기다리는 줄 등으로 매표 줄도 나뉘어 있었다. 알고보니 학생들의 자리는 같은 가격이라도 훨씬 더 좋은 자리를 배정해 줬다. 돈 없는 학생들과 노년층을 위한 정부의 예술적 배려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적 지원책이 있다면 학생들이나 노년층들에게 문화생활을 즐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바그너 오페라 <신들의 황혼> 티켓과 브로셔. ⓒ사진=송원진

긴 줄에 서서 1시간 정도를 기다려 티켓을 구매했다. 15유로였다. 브로셔가 10-15유로정도이기 때문에 이 티켓가격은 정말 매우 저렴한 것이다.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Bastille Opera)은 프랑스 혁명 200주년에 맞춰 1989년 개관했다. 파리 바스티유 광장(Place de Bastille)에 세워진 현대식 대중 오페라 극장이다.

오페라 가르니에(Opera Garnier)가 낡고 수용 공간이 부족해지자 건축가 카를로스 오뜨(Carlos Ott, 1946-)의 디자인으로 바스티유 극장이 건축됐다. 이것은 미테랑 대통령이 프랑스가 세계의 경제, 예술, 정치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추진한 ‘그랑 프로제’의 하나이기도 했다. 지금은 파리 국립오페라단(Opera national de Paris)이 상주하는 주 공연장이 되었다.

이극장은 2716개의 전좌석에서 시선을 방해받지 않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자랑한다. 실제 안에 들어가서 보니 내부는 다른 오래된 오페라 극장들에 비해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플했다.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내부. ⓒ사진=송원진
↑모던하게 장식된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내부 ⓒ 사진=송원진

바스티유 극장 내부가 심플하긴 해도 회랑은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기 충분한 여러가지 조형물과 예술품이 배치되어 있었다. 곳곳에 현재 극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연의 사진이 붙어있어 심심함과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었다.

바스티유 내부를 열심히 둘러보며 내 자리를 찾아 올라갔다. 당연히 1,2층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좌석표를 찾아 올라가다보니 점점 더 꼭대기로 가는 것이 아닌가.

↑내가 1시간 줄서서 구한 15유로짜리 자리다. ⓒ사진=송원진

헉, 결국 확인한 내 자리는 벽에 붙어있는 모서리 난간 자리였다. 흡사 박쥐(?)처럼 뒷줄 벽에 붙어서 봐야하는 자리다. 진짜 어디서도 경험해 볼 수 없는 좌석이긴 했다. 물론 꼭대기였기에 무대전체를 조망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바스티유가 자랑처럼 써놓은 '어디에 앉아도 다 잘 보인다'는 소개문구는 약간 과장이었던 것 같다. 내가 앉은 그 자리에서는 무대 한구석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자막도 충분히 읽을 만한 정도의 크기로 보였고 음향도 의외로 나쁘지 않았다.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공연장 객석 모습. ⓒ사진=송원진
↑15유로짜리 '박쥐'좌석 에서 바라본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내부. 현기증이 날 정도로 꼭대기 자리이기때문에 전체 무대는 잘 조망할수가 있다. ⓒ사진=송원진
↑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공연장 내부 객석. 2716개의 좌석 어느자리에서도 다 무대가 잘보인다고 자랑한다. ⓒ사진=송원진
↑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 공연장 내부. ⓒ사진=송원진

이날 본 오페라는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중 ‘신들의 황혼’ 이었다.


파리 오페라는 2009/2010 시즌부터 독일 작곡가인 바그너(Richard Wagner)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를 하고 있는데 올해는 바그너 탄생 200주년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바그너의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마지막인 ‘신들의 황혼(Gotterdammerung)’ 은 ‘라인의 황금’, ‘발퀴리’, ‘지그프리트’ 등 앞선 3개 오페라의 주요 모티브를 선별해서 모은데다 이 거대한 서사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어서 바그너의 천재성과 웅장함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다른 3개의 오페라와 달리 ‘신들의 황혼’은 서곡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긴장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단, 일반 관객은 견디기 쉽지 않은 아주 큰 단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긴 러닝타임이다. 장장 6시간 가까운 러닝타임 때문에 저녁 6시부터 시작한 오페라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끝이 난다. 그래서 사실 아무나 시도하기 힘든 오페라이기도하다

↑ 이날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에서는 바그너의 5시간 30분짜리 대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신들의 황혼>이 공연됐다. 2시간에 걸친 1막이 끝난후 커튼 콜 모습. ⓒ사진=송원진
↑ <신들이 황혼> 1막후 인터미션 모습. ⓒ사진=송원진

요즘 오페라는 현대적 무대 디자인을 사용하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심플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가끔은 심심하다고 느낀다. 무대디자인도 시대적 트렌드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몇 년 후 또 다시 고전적인 무대로 다시 돌아 올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신들의 황혼'은 거의 2시간 만에 서곡과 1막이 끝났다. 무거운 바그너의 음악에 눌려 있던 사람들은 해방감을 만끽하며 휴식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바그너의 걸작 오페라를 끝까지 다보고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이날 6시간의 오페라를 완주하기에는 여러가지로 여건이 허락치 않았다. 2시간에 걸친 1막을 보고 다른 일정 때문에 아쉬움을 안고 바스티유를 떠났다. 언젠가는 <니벨룽의 반지>를 완주하겠다 다짐하며...

광장에 나서니 꼭 바그너의 오페라 같이 무거운 날씨가 계속 되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바그너의 음표들이 둑 떨어지는 것처럼 비조차 여전히 무겁게 광장에 흩날렸다.

↑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은 파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대단히 모던한 건축물이다. 올드&뉴의 결합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사진=송원진


☞ 8월 나눔콘서트 : 거쉬인, 롯시니, 무소르그스키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 18일(일) 광화문 KT올레스퀘어 드림홀


◇ 클래식도 즐기고 기부도 하는 <5천원의 클래식 콘서트>
<송원진·송세진의 소리선물>콘서트가 매월 세번째 일요일 오후 1시 서울 KT 광화문지사 1층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열립니다. 이 콘서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기 힘든 클래식 콘서트의 티켓 가격을 5천원으로 책정하고, 입장료 수익금 전액을 어려운 가정의 청각장애 어린이 보청기 지원을 위해 기부합니다. 8월 공연은 18일 일요일 오후 1시입니다. 인터넷 예매가 가능합니다. ( ☞ 바로가기 nanum.mt.co.kr 문의 02-724-7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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