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객이 '비행기 추락신'에 더 민감한 이유는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3.06.22 08:34

[팝콘 사이언스-⑦]서양인보다 체형이 작아 진동에 대한 신체 민감도 더 커

편집자주 | 영화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화이트하우스다운'에 한 장면/사진=소니픽쳐스릴리징 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 코리아

백악관이 초토화된다는 충격적인 설정을 다룬 영화 '화이트 하우스 다운'과 수퍼맨시리즈를 새롭게 리메이크한 '맨 오브 스틸', 좀비로 인한 인류 최후의 대재난을 그린 '월드워Z'까지, 거대 스케일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감독들이 관객들의 긴장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빠뜨리지 않고 욕심을 내는 신이 있다.

바로 비행기 동체가 조각조각 나 추락하는 장면이다. 이는 '재난 블록버스터'에서 훌륭한 소재 즉 '약방의 감초' 노릇을 한다.

비행기 추락신 자체만으로 아예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후보를 예약한 작품도 있다. '플라이트'다. 추락하는 여객기 장면을 승무원의 시선에서 묘사해 보는 이들의 공포감을 배가시켰다. 아래 영화 속 장면에서 보듯 여객기가 180도 뒤집어진 채 비행하자 탑승자들이 공포에 질린 모습은 이 영화의 압권이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는 한 가지 과학적 팁을 준다면 군용비행기는 거꾸로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일반 항공기는 동체를 뒤집어 비행할 경우 오일이 타버려 폭발할 우려가 있다.
영화 '플라이트'에서 일반항공기가 동체를 뒤집어 비행하는 장면/사진=CJ엔터테인먼트

이처럼 할리우드 상업영화 속에 유독 비행기 추락신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비행기 진동의 불쾌함을 몸이 기억하도록 유도해 영화가 원하는 관객의 심리적 상태를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진동에 노출됐을 때 인체에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인체 위해성'으로 간주한다. 몸이 심하게 흔들리면 일단 심장이 빨리 뛰고, 산소가 많이 소모된다.

만일 극장에서 액션영화를 보던 중 앞이나 옆 좌석 사람이 겉옷을 벗는다거나 제대로 앉아 있지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거리면 인체 위해성과 관련한 경험이 머릿속에서 재연돼 심리적으로 불편한 상황이란 표시다.


더더욱 흥미로운 점은 비행기 추락신을 대하는 우리나라 관객들의 민감도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박세진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의료계측연구단 박사는 100명의 젊은 남녀를 대상으로 10Hz(헤르츠) 이하의 저주파 진동을 가한 뒤 신체의 변화를 관찰했다.

심전도와 피부전기저항,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을 측정했더니 체형이 작은 우리나라 사람은 진동에 대한 반응도가 서양 사람들에 비해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박사는 이 같은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진동에 의한 인체 영향평가지표를 발표했으며, 이 지표는 비행기의 승차감을 높이는 감성공학에 활용되고 있다.

박박사는 "몸에 진동을 가하면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노인과 어린이를 위한 진동 인체영향평가 지표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물론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영화 속 비행기 추락 장면을 보더라도 특별한 감정의 동요 없이 그저 예사롭게 보는 관객이 있기 마련이다. 이는 개개인별로 몸 부위에 따른 고유의 진동수가 각기 다른 이유다.

즉, 외부에서 받은 진동수가 몸의 진동수와 일치하면 진폭이 커지는 공명현상이 일어나는데, 똑같이 배를 타도 멀미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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