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 주연의 초대형 블록버스터 '월드워Z'의 한 장면[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기존에도 좀비나 전염병 창궐로 사회가 완전히 마비된다는 내용의 전개는 많았지만, 이번 영화가 더더욱 섬뜩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최근 전 세계에 나타나고 있는 신종 국가재난형 바이러스 감염 질병과 유사한 패턴을 제법 그럴싸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등 중동과 유럽에서 총 1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보다 더 빠르게 사람의 기도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우리 생명의료공학계는 이런 감염성 질병에 대해서 어떤 대응기반을 구축하고 있을까. 신종 조류독감(H7N9)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올해 3월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최초로 보고(확진)된 H7N9 바이러스로 인해 이달 15일 기준, 131명이 감염되어 32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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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7N9 바이러스는 과거 조류에서만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로 알려졌으나, 1996년부터 2012년까지 H7 서브타입(Subtype)에 의한 사람으로의 전파 및 질병유발 사례가 여러 국가에서 수차례 보고되고 있다.
H7형 신종 조류독감 발생은 네덜란드 사례(2003년)를 제외하면 매우 적은 감염자, 낮은 전파율, 산발적 발생 후 소멸 등의 특징을 나타냈으나, H7N9 조류독감부터는 높은 치사율, 빠른 감염속도로 인해 추가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은 철새도래지에서의 조류독감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철새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숙주로서 국가 및 대륙 간 전파를 매개한다. 때문에 지난 2009년부터 매년 철새 도래지에서의 분변 채취를 통해 국내 포유류, 가금류 전파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 출현을 감시하고 있다.
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동물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현상에 대한 연구도 진행중이다.
김상현 바이러스감염대응연구단 단장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인 H3N2 바이러스가 포유류에서 치명적인 폐렴의 원인임을 최초로 입증했다"며 "현재 발생할 수 있는 동물 종간 장벽을 뛰어넘는 인플루엔자 확산(spill-over) 감염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 백신(범용 백신) 개발도 중요한 대응책 중 하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RNA 유전자 특성상 변이 발생 빈도가 높다. 따라서 신종·변종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 단장은 "기존 백신은 단일 서브타입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반응은 유도할 수 있으나 신종·변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같이 백신주의 외형과 다른 바이러스에는 방어 효과가 낮아 새로운 서브타입 바이러스 출현에 대한 대응책으로서는 부족하다"며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서브타입들 간에 공통적인 항원 부위를 인식하는 중화항체가 형성될 수 있도록 설계된 범용백신 후보물질을 개발해 효능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면역증강제 개발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면역증강제는 항체생성 유도에 효과적이지만 폭넓은 면역반응을 유도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다.
김 단장은 "연구개발 중인 신규 면역증강제는 교차 면역 반응 유도, 항원 용량 절감, 면역반응 지속성 측면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백신에 첨가되는 면역증강제보다 높은 효과를 나타낸다"고 밝혔다.
◇용어설명
▷면역증강제: 백신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 유도, 면역반응 지속 기간 증가, 항원 용량 절감 등의 목적으로 백신에 첨가하는 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