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덕지 교육 현주소는] ⑩ '교육 1번지' 강남이 먼저 효과 안다

머니투데이 MT교육 정도원 기자 | 2013.06.15 10:29
1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촌중학교에서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야구 원촌중 대 서일중 경기가 열렸다. 원촌중 학생들이 공수교대 중 포수의 장비 착용을 함께 도와주고 있다. /사진=정도원 기자
일찍부터 엘리트 체육을 할 학생과 공부를 할 학생을 나눠버리는 우리 학원스포츠의 오랜 폐단 때문일까. 체육, 운동을 하면 왠지 아이 공부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선입견은 아직도 존재한다.

서울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은 12개 종목 1442개 팀이 출전할 정도로 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는 1개 팀도 출전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지는 아닐 것이다. 아직 오랜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학교스포츠클럽 할 시간에 차라리 책을 한 글자라도 더 보게 시키지'라는 생각의 발로일 것이다.

'교육 1번지' 강남은 어떨까. 1일 학교스포츠클럽 야구 경기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원촌중학교를 찾았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학생들뿐만 아니라 많은 학부모들이 운집해 경기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홈팀인 원촌중학교 야구팀에는 유니폼을 입은 학생이 30여 명이나 늘어서 몸을 풀고 있었다. 동부교육지원청, 서부교육지원청 관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다.

오정훈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강남교육지원청 관내에는 외국 유학을 다녀온 학부모가 많다"며 "그런 분들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의 효과를 먼저 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학창 시절부터 공부는 공부대로 하면서 학교에서 스포츠클럽 활동을 병행하는 학생이 사회에 나가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노유경 원촌중 교감도 "운동을 잘하는 학생들이 공부도 잘한다"며 "적극적이고 사회성도 발달한다"고 뒷받침했다. 특히 "야구는 기본적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학생들이 즐겨 하는 것 같다"며 "수 싸움이 있지 않느냐. 신경생리학적으로도 손을 많이 쓰면 두뇌가 발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맨 처음에는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대해서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너무 즐거워하니 학부모들도 반기지 않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이해가 갔다.

자녀가 하기 싫어하는 것을 시키러 나온 것이 아니라, 자녀가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활동을 지켜보러 나온 학부모들의 모습. 바람직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에서는 낯선 광경이다.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은 학부모와 자녀만 하나로 묶어주는 것이 아니다. 오 장학사는 "학교스포츠클럽은 곧 소통"이라며 "스포츠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의 세대 갈등을 치유하는 역할도 한다"고 귀띔하면서 노 교감을 가리켰다.


홈팀인 원촌중이 2회말 공격을 하던 상황. 볼넷으로 각 2루와 1루에 8번 타자 신범진 군, 9번 타자 전인국 군이 출루해 있던 가운데 타순이 돌아온 1번 타자 최재연 군이 타석에 들어섰다. 팀 동료들의 "(SK) 최정처럼 치라"는 응원을 받으며 들어선 최 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깔끔한 중견수 앞 안타를 쳤다. 그런데 2루주자 신 군은 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멈췄다. 학우들의 아쉬워하는 목소리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노 교감이 합세했다. "어머, 왜 안 들어왔지. 뛰었으면 되었을 것 같은데" 발까지 동동 구르며 아쉬워하는 교감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에 이 순간 어떠한 장벽도 존재하지 않았다.

노 교감은 "그냥 운동하는 것보다 이렇게 학교와 학교간의 경기이기 때문에 다함께 응원도 하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도 느끼는 것이 좋다"며 "평소의 학교 현장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이 아니면 평소에는 운동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에, 학교가 중심이 된다는 차원에서 앞으로도 노력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 장학사는 "강남에도 강남 특유의 교육 문제가 있다"며 "강남 학생들이 영악하다는 말이 있는데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역 특유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학교스포츠클럽은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어른에게도 꼬박꼬박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며 밝게 인사하는 학생들의 모습. 오 장학사는 "이런 것은 도덕·윤리 시간에 주입식으로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을 통해 상호간의 예의범절이 몸으로 체화됐기에 그런 것"이라고 단언했다. 중학교 학교스포츠클럽 야구 경기만을 지켜봐서는 '중학생이 무서워서 (북한) 김정은이 못 쳐들어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면모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날 경기에 출전했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는 등 운동장 청소를 하고 있었다. 오 장학사는 "요즘 학교 현장에서 선생님이 학생에게 떨어져 있는 휴지를 주우라고 하면 되레 화를 낸다"며 "하지만 경기를 하고 나서 자신들이 경기했던 공간을 치우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말에 사회인야구 경기가 한 경기 치러지고 나면 운동장이 어떤 꼴이 되는지 본 사람이라면 "중학생이 어른보다 낫다"는 말이 절로 나올 광경이다. 엄청난 교육적 효과다.

원촌중 포수 전인국 군이 스윙 여부를 루심에게 확인해 달라고 구심에게 요청하고 있다. /사진제공=원촌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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