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가 창조경제? 너무 심각한 어른들이 문제

머니투데이 실리콘밸리=유병률 특파원 | 2013.04.22 06:00

[유병률의 체인지더월드] <44> 창조경제를 바라보는 너무 심각한 시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싸이의 ‘젠틀맨’을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로 언급했다. 또 개그콘서트를 만드는 PD의 설명을 듣고는 “그런 다양하고 창의적인 콘텐트들이 결국은 실패와 다양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에서 나왔다는 평가가 인상적이었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건 아실지 모르겠다. 싸이가 ‘실패와 다양성이라고는 전혀 보장’되지 않는 한국교육을 무진장 원망하면서 성장했다는 사실 말이다.

1년 전쯤 인터뷰에서 싸이는 한국교육에 대해 내내 분노하고 고개를 내저었다. “제가 늘 듣던 말이 ‘산만하다. 딴 생각하지마. 잡생각 하지마’였어요. 이골이 날 정도로 혼나고 맞았죠. 지금도 그게 억울해요. 저는 산만해서, 딴생각 많이 해서, 잡생각 많이 해서, 재미있는 이상한 아이였고, 그런 게 지금 제 음악의 모든 것이 된 거에요. 산만하고 딴짓만 하는 아이가 한번 몰입하면 얼마나 무섭게 하는데, 맨날 혼만 내면 어쩌라는 거죠? 잡생각을 잡스럽게 보니까 잡생각이지, 좋게 보면 창의에요. 잡생각에서 창의가 나오고 창의가 반복되면 독창적이 되고, 독창적인 게 반복되면 독보적인 게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나 지금 한국교육은 한 치의 잡생각도 허용하지 않는다. 싸이같은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창조경제’의 씨앗도 꽃피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부가 소프트웨어를 창조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만들기 위해 초중등학생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개발 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특히 코딩(컴퓨터 프로그램 만드는 과정)을 확산시키기 위해, 교재도 만들고 코딩대회도 열 생각이라고 미래부가 밝히면서, IT 커뮤니티내에서조차 일부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은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가 IT 거장이 된 것은 어려서 코딩을 배운 것 때문이 아니라 인문학을 바탕으로 창의력과 상상력을 길렀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코딩이 특목고나 대학 입학의 스펙이 되면서 사교육을 조장할 것”이라고도 우려한다. 맞는 말이다. 코딩대회 상장 받아서, 그 스펙으로 의대로 진학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하지만, 따져보면 벌써부터 코딩대회까지 열겠다는 정부나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을 이야기하는 쪽이나 모두들 너무 심각한 것이 문제다. 조금 힘을 빼고 생각해보자.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워서 다 피아니스트가 될 필요도 없고, 될 수도 없는 것처럼, 코딩을 배운다고 다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될 수도, 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 방방마다 컴퓨터 한 대쯤 놓인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컴퓨터로 채팅과 게임만 하는 수많은 아이들을 코딩의 세계로 안내한다면 그중에 산만하던 어떤 아이나, 잡생각하던 어떤 아이가 유능한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성장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혹시 그중에서 누가 IT업계 ‘젠틀맨’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는가?

코딩을 맛본 아이들의 진로가 IT업과 상관없어도 괜찮다. 마크 저커버그가 얘기했듯이 “컴퓨터 언어인 코드는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 있고. 그래서 코딩은 생각하는 어떤 것을 손에 잡히는 어떤 것으로 현실화할 수 도구”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아이들에게 더 다양한 길이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최근 토니 와그너 하버드대 교수를 인용해 이렇게 얘기했다. “점점 ‘고급기술-고임금’ 직종뿐이다. 중간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만 해도 편하게 ‘취직(find a job)’을 하던 세대였지만, 우리 아이들은 스스로 ‘창직(創職, invent a job)’을 해야 하는 세대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을 더 이상 ‘입시준비생(college ready)’으로 만들면 안 된다. ‘혁신준비생(innovation ready)’으로 키워야 한다.”

아이들이 ‘창직’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면, 코딩은 그런 동기부여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스탠포드대학 등의 올 여름방학 청소년 코딩캠프는 거의 이미 마감이 끝났다. 물론 부모가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이 졸라서, 좋아서 하는 경우도 많다. 항상 우리나라의 문제는 너무 심각한 어른들한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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